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19일] 미국發 불안 최소화 하려면

미국발 금융 불안 양상이 또다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미국 금융시장은 마치 숨은 지뢰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지닌 한국은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세계 어느 곳보다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우선 9월초를 기점으로 한고비를 넘긴 금융위기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간다면 유동성 위기설은 힘을 얻게 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미국 금융시장에 숨겨져 있는 크고 작은 지뢰들이 터질 때마다 국내 주식과 외환 시장은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재현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쳐서 그동안 참고 견디던 펀드 투자자들이 일시에 대량으로 환매를 하는 펀드런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다. 금융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국내 실물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환율 급등은 물가 불안과 소비ㆍ투자 부진을 초래해 내수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세계 금융 불안에 의한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경기마저 악화되면 국내 경제는 말 그대로 내외수 복합 불황에 빠지게 된다. 예견되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사전 대응책을 빈틈없이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국내 내부불안요인부터 재점검해 봐야 한다.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계부채,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스,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등이 국내 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3대 악재다. 국내 경제 불안의 뇌관을 효과적으로 해체하기 위해서는 재경부ㆍ한은ㆍ금감원 등이 모여 향후 위기 상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경제위기 점검단’을 구성하고 경제 내에 동일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주기적으로 위험 부문의 현황과 사태 추이를 면밀히 파악하고 문제점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 경색을 막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우선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자금 환수를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외환이 부족하지 않도록 외평채 발행을 재차 추진하는 것 등을 통해 외환 수급 안정방안도 금융 상황 시나리오별로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식의 대량 투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시적이라도 장기 주식투자분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등과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조기에 구체화해야 한다. 세 번째,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대한 열의를 가지고 매달려야 할 일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수 있는 최상의 경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지자체와 기업이 연계해 기업의 투자 특성에 맞는 ‘기업 맞춤형 투자단지’를 계획하고 중앙정부도 이를 적극 후원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울산과 포항을 각 지역별로 만들어감을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해당 지역 대학과 협력해 양성하면 지역 균형 발전과 심각한 일자리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충분해져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 3대 악재를 해소함은 물론이고 웬만한 외부 충격은 능히 견뎌낼 힘을 얻는다. 마지막은 중장기 차원에서 국내 금융 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구상하는 일이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미국식 투자은행(IB) 발전방향을 세계 금융시장의 결함을 감안해서 보완해야 빈번한 금융 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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