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PC·車 부품공장 잇단 폐쇄… 생산 차질 확산

에이서, 노트북 등 가격 인상 예고<br>日지진 이어 '2차 부품 파동' 조짐


30일에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됐던 태국 방콕의 홍수 사태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굴뚝'으로 불리는 태국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이번 수해로 직격탄을 맞아 생산 차질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에는 컴퓨터ㆍ자동차 업계의 핵심 부품 업체가 몰려 있어 지난 3월 동일본대지진에 이은 2차 부품 파동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컴퓨터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세계 4위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대만의 에이서는 "올 4ㆍ4분기 매출이 5~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PC와 노트북의 판매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홍수에 따른 부품난으로 생산 및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피해 복구에 나서기 위해서는 컴퓨터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세계최대 하드디스크 생산업체인 웨스트디지털은 태국 현지 공장을 최근 폐쇄했으며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역시 생산라인에 극심한 타격을 입어 언제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일부 중간 도매상들이 기존에 사들인 하드디스크를 내다 팔지 않고 비축하고 있어 부품난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했다. 정보산업(IT) 컨설팅업체인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전세계 하드디스크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태국의 물난리로 올 연말까지 하드디스크 공급량이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컴퓨터 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부품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중국 PC 제조업체인 레노보 역시 내년 1ㆍ4분기까지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혼다자동차의 현지 공장 복구에 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10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부품이 제때 조달되지 않아 북미 등 일부 글로벌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25일부터 태국 공장을 폐쇄했으며, 이번 홍수로 인해 생산량이 1만7,000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쉐린 역시 태국 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일본 마쓰다는 당분간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자동차 주문을 소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조업체의 '도미노' 피해와 더불어 태국 현지에서는 주력 산업인 관광업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태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홍수 피해까지 겹쳐 글로벌 굴뚝 기업들의 탈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관광 수입마저 줄어들 경우 태국 경제 전반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태국에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 15% 규모이며 국내총생산(GDP) 비중 역시 6% 선에 달한다. FT는 올해 태국 관광객이 최대 100만명 가량 줄어 목표치인 1,900만명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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