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사진) ISC 대표는 이달 11일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과 제품 공급협상을 위한 미팅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 귀국한 김 대표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인텔과의 협상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ISC가 인텔과 샌디스크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28일 경기도 성남 ISC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 하반기에는 인텔에 100만달러 이상 규모의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이 올해 30%대까지 늘 것"이라며 "3~4년 뒤에는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ISC는 회사 이름처럼 ISC(Integrated Silicone Contactor)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ISC는 반도체의 이상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테스트 소켓으로 실리콘과 골드 파우더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모든 반도체들은 출시에 앞서 불량 없이 전기 신호가 잘 통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바로 이때 ISC가 사용된다. ISC는 기존 테스트 소켓보다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 제품에 손상을 줄이는 장점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ISC 개발에 성공했지만 양산을 시작한 건 우리가 최초"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를 넘어 점차 해외 업체에까지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ISC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60~70%에 달하는 제품에 대해 ISC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중소형 업체를 포함 128개사에 납품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ㆍ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나가 있는 곳에 적극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 98개 해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ISC는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번에 인텔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인텔에 한 번 납품하려면 3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 기술경쟁력과 운송ㆍ개발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인정받아야 한다"며 "올해 그 결실을 보게 됐고 앞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계속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시장은 대기업이 끼어들기에는 시장규모가 작고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기술경쟁력과 오랜 시간의 경험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ISC는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모리와 같은 대량 소품종 상품이나 모바일용 소량 다품종 상품 모두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C의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과 우수한 시장 지배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ISC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최소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40% 이상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수출액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만 25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실적을 따라잡을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인텔 등 글로벌 업체로 매출이 확대되면 계획한 바를 무리 없이 달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ISC는 지난 6월의 경우 하루 거래량 5만주 이상인 날이 단 사흘에 불과할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편이다. 김 대표는 "유동성이 부족해 주식을 사고 싶어도 머뭇거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지금 당장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동성 문제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액션(행동)을 취할 수 있고 주주에 대한 배당정책(2010년 시가배당률 6.41%)도 꾸준히 유지하는 등 주주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