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유배의 섬 흑산도, 푸르다 못해 검은섬… '천주교 박해' 슬픈 역사의 흔적이…

암석으로 지어진 흑산성당 등 곳곳에 천주교 문화 스며들어<br>상라산전망대 오르면 일몰 장관… 홍도·대둔도·다물도 등 한눈에<br>유배온 정약전 자취 남은 사리… 장도 습지엔 희귀동식물로 가득

흑산성당 앞에서 바라본 포구의 여명. 전날 길길이 날뛰던 노도는 밤이 지나자 잠잠히 가라 앉았다.

흑산성당 앞의 예수상은 뱃일 나간 어부들을 기다리는 듯 양팔을 벌리고 바다를 향해 서있다.

흑산도 정신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흑산성당은 지난 1958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 진 요한(Sean Brazil) 신부가 완공했다.

흑산도를 대표하는 음식인 홍어회는 산지인 이곳에서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물길은 고르지 않았다. 흑산도로 향하는 쾌속선은 적지 않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2m 높이의 파도에 따라 뱃머리가 시소처럼 들썩거렸다. 날씨는 쾌청했지만 바람이 몰아치다 보니 물결은 쉼 없이 배를 뒤흔들었다. 배 안에 승객들은 한 시간쯤 지나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멀미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거의 다 왔으니 참으라”는 승무원의 위로에도 가까워지지 않던 섬은 시야에 모습을 드러내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뭍사람의 발길을 허락했다.

고생 끝에 당도해서인지 멀미 없는 뭍이 반가워서인지 흑산(黑山)은 이름처럼 검지 않고 오히려 맑고 푸르렀다. 흑산도는 11개 유인도와 89개 무인도로 구성된 서남해 최남단의 섬으로 면적은 2,370만㎢. 목포항과의 거리는 86.7㎞다. 하지만 뭍과 멀리 떨어진 탓에 흑산도는 일찍이 중죄인들의 유배지로 명성이 높았다.


◇지역에 뿌리 내린 천주교 문화= ‘마리아 횟집, 아녜스 건어물…’ 한글로 쓰여진 간판만 아니라면 서구의 어느 나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흑산도는 홍도와 더불어 서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일반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마을 전체에 천주교 문화가 스며든 지역이라는 점이다.

천주교인의 숫자는 인구 대비 36%(2005년말 기준)로 교구 내 인구 대비 신자 비율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총인구의 1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하지만 지난 2006년 3월 흑산면 거주자 여객선 운임지원 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흑산면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여객선 운임이 5,000원으로 인하됐다. 일반인의 운임이 3만7,600원인 것을 감안하면 7분의1에 불과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외지의 낚시 애호가들이 주소지를 옮겨 왔고 인구가 3,200 명에서 4,500 명으로 급증하면서 통계상 신자비율은 급락하고 말았다.

흑산도가 한국 천주교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 무렵이다. 정약종의 형이었고 그에게 교리를 가르치기도 했던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신지도를 거쳐 흑산도에 유배되면서부터다.

소설가 김훈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천주교 박해에 희생된 자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교차시킨 소설 ‘흑산’을 탈고했다. 소설에서처럼 정약전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뿌리를 내렸고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자산(玆山)’이라는 말은 정약전이 흑산도의 ‘흑’(黑)자가 부정적인 어감을 준다고 해서 ‘자’(玆)자로 바꿔 부른데 따른 것이다.

지역의 아이콘인 흑산성당은 1958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 진 요한(Sean Brazil) 신부가 완공했다. 섬에서 조달할 수 있는 건축자재가 암석뿐이기도 했지만 흑산성당은 1950년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건축을 주관한 성당 건축물의 전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면 중앙에 종탑이 있는 석조 건물로 건물의 높이와 폭에 비해 종축의 길이가 길며 내부는 기둥이 없이 하나의 강당처럼 축조됐다.

◇흑산도 일주 풍광=흑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섬으로 해안을 따라 연장 24㎞의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다. 섬을 한 바퀴 돌면 흑산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적을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배를 타고 둘러 볼 경우 예리항을 출발해 열목동굴~홍어마을~범마을~칠성동굴~돌고래바위~스님바위~촛대바위~남근석~거북이바위 등을 돌아보게 되는데 2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도보로 걸으면 7~8시간쯤 걸린다.

◇상라산전망대=상라산 전망대는 흑산도의 일몰을 촬영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다. 말때재 고개 열두 굽이를 올라가다 보면 산중턱에 넓게 펼쳐진 광장 앞에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노래비가 보이는데 바로 이곳이 상라산전망대다.

이곳에서 보면 홍도ㆍ장도ㆍ대둔도ㆍ다물도 등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섬이 장도이며 멀리 바라다 보이는 섬이 서남해의 절경인 홍도다. 이 곳 전망대에서는 1999년 말 해넘이 행사와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하는 빛과 물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정약전의 자취 남은 사리와 장도=심리를 지나 한다령(恨多嶺) 고개를 넘어서면 신유사화로 유배를 왔던 손암 정약전이 생활했던 사리(일명 모래미)가 나온다. 손암은 당시 소흑산도로 불리던 우이도와 이곳에서 16년간 유배 생활하면서 이 고장 출신 장덕순의 도움을 받아 순조 14년(1814)에 227종의 어류ㆍ해산물 등의 명칭ㆍ형태ㆍ분포ㆍ실태ㆍ효능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자산어보를 완성했다. 지금은 손암이 머물던 집을 복원해 놓은 초가가 한 채 있는데 천주교 흑산성당이 관리하고 있다.

장도는 흑산도에서 동쪽으로 2㎞ 지점에 길게 펼쳐져 있어 장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섬은 해발 267m의 산 하나로 이뤄져 있다. 약 180~200m 지점에 이르는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그 중앙에 분지형태의 습지 5만평가량이 펼쳐져 희귀 동식물의 낙원 역할을 하고 있다. /흑산도=글ㆍ사진







여행 수첩

■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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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목포 KTX~목포여객선터미널~흑산도(하루 4회 2시간 소요) 전화 1666-0910

■ 숙소

흑산비치호텔 061-246-0090

관광장여관 061-275-9110

개천장 061-275-9154

■ 음식점

라파엘수산 061-275-9317

광주횟집 061-246-3729

금성횟집 061-24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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