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CEPA 1년] 윤증현 재정부 장관 인도 인터뷰<br>韓·印 CEPA 성공적… 기업들이 일등공신<br>철도협정등 조속 체결<br>교역규모 2014년까지 300억弗로 늘릴것
| 인도를 방문하고 있는 윤증현(왼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뉴델리 인근의 신도시 노이다에 있는 삼성전자 현지 공장을 방문해 신정수(〃두번째) 삼성전자 인도법인장으로부터 공장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윤 장관이 입고 있는 옷은 인도 전통의상인 셰르와니로 인도에 대한 예우를 표시한다. /노이다=황정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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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OZ767편으로 뉴델리에 도착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른손에는 전자사전이 쥐어져 있었다. 수행한 재정부 공무원은 "윤 장관은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재무장관과의 회의를 준비하느라 비행기에서 눈을 붙일 틈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인도 전통의상인 셰르와니(북부 귀족층에서 입었던 코트)를 입으면서까지 방문국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차린 윤 장관은 그러나 기자가 다가가자 "인터뷰는 나중에"라고 손사래를 치며 조용히 공항을 떠났다.
사흘 뒤인 18일 다음 행선지인 이집트로 떠나기 직전 윤 장관은 숙소인 뉴델리 ITC모리아호텔에서 기자와의 인터뷰 약속을 지켰다. 이집트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몇 시간의 짬이 윤 장관에게는 유일한 '여유시간'이었다.
우리 정부의 새로운 먹을거리인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 인도와 이집트는 중요한 시장이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는 그 발판이 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도에 최상의 조건으로 금융지원을 추진해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원자력 협정, 철도 협정 체결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협력할 겁니다. 민간투자 교류협력도 강화해야죠."
윤 장관은 원자력ㆍ인프라 등 대형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파이낸싱도 강조했다. "신흥국들은 자금력이 안 되기 때문에 돈까지 빌려달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여유가 있으면 이중으로 부가가치가 느는 것입니다." 즉 돈을 빌려주면 배당과 이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건설은 건설대로 돈 벌며 법률자문ㆍ컨설팅ㆍ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이들 여러 분야는 대형 플랜트ㆍ원전ㆍ고속철 등 대형 프로젝트에 모두 해당됩니다. 이제는 이를 어떻게 시스템화해 발전시켜야 할지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윤 장관은 이집트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이집트와 갖는 장관급 회담은 아프리카 53개국 중 처음"이라며 "원전ㆍ고속철ㆍ인프라 등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장관은 특히 "이집트가 전력 인프라에 관심이 많아 국가 에너지부 장관이 직접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아프리카의 전략적 교두보인 만큼 앞으로 꾸준히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인도 재무장관회담 등 인도와의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회의가 아주 잘 됐다. 인도 시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확 넓혔다. 지난해 발효된 한ㆍ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양허 수준을 더욱 높여 오는 2014년까지 한ㆍ인도 교역을 300억달러까지 늘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뉴델리에서 한ㆍ인도 CEPA 제1차 공동위원회를 갖고 CEPA 활용률 제고 및 자유화 확대 등 협정개선 검토작업에 대해 협의한다.
CEPA의 성과는 숫자가 증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도 수출은 114억달러로 2009년 대비 42.7%(34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28.3%)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윤 장관은 그 공을 모두 기업들에로 돌렸다. "기업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더 도와주지 못하는 우리가 미안하지요. 인도에서는 삼성전자 TV와 휴대폰, LG전자 냉장고, 현대자동차 쏘나타 정도는 갖고 있어야 상류층이라고 합니다. 다 우리 기업들의 성과지요."
윤 장관은 "인도 인구가 11억3,000만명인데 1%만 해도 1,00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라며 "인도ㆍ이집트ㆍ아프리카 등 계속 새로운 곳에 진출하려면 우리 정부가 해외에 직접 나가서 어려운 것도 들어주고 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화제를 국내 이슈로 돌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인도를 직접 두 눈으로 본 윤 장관은 좀처럼 진전이 없는 국내 서비스산업 선진화 얘기를 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무역의존도가 90%에 이를 정도가 됐기 때문에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편 내수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교육기관 과실송금을 허용해주자고 하고 감기약과 같은 일반의약품(OTC)을 가정상비약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은 멀었습니다."
고용과 관련, 인구 문제에 대한 고민도 꺼내놓았다. 윤 장관은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뻗어 나오다 최근 20년간 고령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며 "우리나라도 2018년 고령화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돼 인구 문제를 총괄할 기관(인구청)을 설립, 젊고 우수한 외국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고 서둘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