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증시구조 불공평… 개인투자자 약탈당해"

뉴욕증권거래소 새 주인 슈프레허 초단타매매 등 첨단시스템 비판<br>월가는 "무책임·시대착오" 냉소


미국 월가의 상징인 '빅보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새 주인이 초단타매매(HFT) 등 미 첨단 거래 시스템이 개인투자자들을 약탈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해 눈길을 끈다. NYSE는 조만간 객장을 중심으로 대면접촉 강화 등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월가 투자문화에 새 바람에 불지 주목된다.

NYSE 모회사인 'NYSE유로넥스트'를 인수한 영국 상품거래소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제프리 슈프레허 최고경영자(CEOㆍ사진)는 5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 증시구조는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고 불공평하다"며 "전문 투자가나 기관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초고속거래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이나 자산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슈프레허 CEO는 불공정거래의 주범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타매매를 들었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가 특정 뉴스가 나오면 수천분의1초 단위로 초단타 거래에 나서도록 자동 프로그래밍된 시스템이다.

발표자료를 미리 입수해 막대한 매수물량을 쏟아내거나 수백만건의 매수주문을 냈다가 몇초 만에 취소해 차익을 챙기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실제 미 기관투자가들은 연간 100만달러를 주고 톰슨로이터와 미시간대의 소비자신뢰지수를 발표 5분 전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당국도 초단타매매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반투자자가 신생기업에 1년 이상 투자할 때 각종 혜택을 주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초단타매매가 미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거래규모는 연간 18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초단타거래가 개인들의 증시이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슈프레허 CEO는 "일반인에게 피해를 주는 현행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앞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NYSE가 50여개의 미 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가진 객장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프레허 CEO 역시 최근 "시장은 인간적인 접촉이 필요하다"며 "NYSE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고민과 확신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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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NYSE가 월가의 투자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경쟁 거래소인 다이렉트에지홀딩스의 윌리엄 오브라이언 CEO는 "미 증시는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췄다"며 "근거도 없이 동종 업종을 욕하고 시장이 불공평하다고 투자자들에게 겁을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NYSE의 계획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도 이날 "슈프레허 CEO의 비판은 NYSE가 지난 10여년간의 정보기술(IT) 발전, 사설거래 시스템 등장 등의 여파로 영향력이 퇴색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NYSE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말 25.5%에서 올 10월 21.7%로 2년도 안 돼 3.8%포인트나 급감했다. 반면 주문내용과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다크풀 거래는 같은 기간 32.0%에서 37.3%로 급증했다. 더구나 다이렉트에지(점유율 11.2%)와 배츠(9.7%)가 내년 상반기에 합병할 경우 NYSE는 나스닥과 함께 3대 거래소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CNBC는 이날 "NYSE의 수익 모델도 상당 부분 초단타매매에 의지하고 있다"며 "NYSE가 객장을 활성화할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비용증가 등으로 수익성만 떨어질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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