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취업포털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최근 P모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전화를 받았다. 의원실에서 주관하는 고용 관련 토론회에 참석, 전반적인 시장현황 설명과 자문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이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 심각한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취업 전문가 및 취업포털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취업사이트에는 정보를 얻으려는 구직자들의 방문이 급증 추세이고 취업 전문가들은 지자체ㆍ대학, 심지어 정치권으로부터 강의나 자문을 구하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20일 취업포털 등에 따르면 커리어의 김 대표와 같은 취업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줄을 잇는 강의 및 자문 요청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부와 지자체ㆍ기업ㆍ시민단체의 일자리 관련 워크숍 및 포럼ㆍ세미나와 대학가 취업캠프 등에 와서 강연해달라는 초대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기 때문이다. 대학가의 경우 이전에는 주로 취업보도실 등 담당부서에서 연락을 해왔지만 요즘은 총장이 직접 챙기는 경향으로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총장이 전문가를 만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조언을 부탁하는 등 취업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것. 커리어의 한 관계자는 “총장까지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대학 진학률이 명문고를 판가름하는 기준이었듯이 취업률이 대학의 명성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초청자 측이 바라는 강연 내용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취업시장 전망, 면접전략 정도에 그치던 게 근래 들어 면접 코디나 표정관리 등 이미지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주제로 이동하고 있다. 구직난의 수혜주는 취업 전문가만이 아니다. 취업사이트도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메트릭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취업사이트 이용자는 약 1,080만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9%나 증가했다. 주요 사이트별 올 1월 한달간 방문자를 보면 잡코리아의 경우 전년 대비 90% 급증한 600만명에 달했고 사람인은 324만명으로 무려 302% 늘었다. 커리어ㆍ인크루트 등 다른 사이트들도 방문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방문자 수는 광고수익 등 포털들의 수입과 비례한다. 잡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270억원, 영업이익 8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61%, 70% 증가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취업사이트 방문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실업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며 “올해도 고용시장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취업사이트 이용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취업포털들이 구직자 계층을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점도 인기비결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