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는 2월18일부터 시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설 명절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 새해 아침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뒤 설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우리네 세시풍습이다. 설을 앞두고 설빔과 설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된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의 전통명절인 설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올해는 특히 예년에 비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뜸한 편으로 설 대목 경기가 실종됐다고들 말한다. 우선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큰 폭으로 위축돼 서민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사람들의 소비행태가 변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전통시장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그동안 명절 때마다 판매량이 늘어 시장상인들의 시름을 어느 정도 달래주던 온누리상품권 판매도 여의치 않는 실정이다. 큰손인 대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상품권 구매에 난색을 보이면서 지난해에 비해 판매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통시장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에 비해 불편한 점으로 알려진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전통시장의 정보기술(IT) 활용도를 높였으며 주차장은 물론 구입한 물건을 집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도입, 쇼핑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한 전통시장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설 차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설을 앞두고 사과·조기 등 35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지출 비용이 전통시장은 24만원, 대형유통업체는 33만원으로 전통시장이 평균 2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통시장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어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안이 된다는 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설 대목 경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식의 기사만으로는 대형마트로 기울어진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연례행사처럼 추석이나 설에만 반짝 관심을 가져주는 시혜성 접근방식으로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 전통시장에 문화와 디자인·스토리텔링을 접목하고 도심환경 정비를 통해 전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기존 지원제도를 상인의 입장에서 꼼꼼하게 검토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상인들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에다 시장상인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노력과 수고가 더해진다면 전통시장이 우리 곁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 말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주변 전통시장을 방문해 유쾌한 쇼핑과 더불어 어릴 적 추억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