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자체 예산 편성 앞두고 바짝 긴장

기획재정부가 예산편성을 앞두고 지자체 군기잡기에 나섰다.

3일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재정부가 소집한 시ㆍ도 지방재정협의회에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지자체를 찾아가며 애로사항과 건의를 청취하는 ‘찾아가는 예산실’이었지만 올해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부처 요구안(312조원)보다 6조원 줄인 306조원으로 맞추기로 한 마당에 지자체의 읍소를 들어줄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날 협의회에서 재정부는 국가채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 낭패를 본 국가들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재정부 측은 지자체 부단체장들에게 “정부가 글로벌 위기극복을 위해 급격한 확장재정 정책을 펴느라 2년 만에 국가채무가 90조원이나 증가했다”며 “고령화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가부채 비율이 190%에 달하는 일본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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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재정부는 언급했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사회보장성 지출이 증가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선심성 포퓰리즘을 막고 효율적인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일반회계 적자국채가 올해에만 29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고 강조하며 그나마 지난해 국회에서 유예된 소득ㆍ법인세율 인하 유예가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참석한 지자체의 한 예산담당 공무원은 “재정부 측이 전체 발표시간의 80% 이상을 재정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 어느 해보다도 중앙예산 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협의회는 각 자치단체에 참석하라는 공문을 불과 일주일 전에 보낼 정도로 급하게 마련됐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및 시도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휴가를 떠나는 8월 첫 주에 16개 부단체장을 모으면서 일주일 전에 참여를 통보한 것 자체가 재정부가 협의회를 너무 형식적으로 생각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8곳은 끝내 일정을 못 맞춰 부단체장 대신 기조실장 등이 대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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