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그래도 '믿고 싶은' 속설

불황이면 여자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은 경기변동과 관련된 오래된 속설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지난 71년 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Mabry)가 경기 사이클과 미니 스커트의 유행주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것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된 지난 한해 내내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것을 두고 이러한 속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새해 경기를 진단하는 주요 속설 중 하나가 기업들의 달력 인심. 경기가 좋으면 기업체들의 달력 인심이 후해져 일반인들도 여기저기서 손쉽게 달력을 구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집에 달력 한장 걸어두려면 발품을 여러 번 팔아야 한다. 경기를 점치는 소품으로는 콘돔도 있다. 불경기에는 콘돔이 잘 팔린다는 속설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콘돔업체의 생산량을 바탕으로 이를 살펴봤더니 다소간 영향은 있지만 큰 상관관계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속설들은 실물경제에 대한 오랜 경험치에서 파생된 것이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발휘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속설들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이른바 ‘쌍춘년’과 ‘황금돼지해’ 속설이다. 1년에 입춘이 두번 있는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하다는 속설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지난 한해 결혼식이 줄을 이었다. 뜻밖의 호재를 만난 웨딩업계와 여행업계, 패션회사와 가구회사들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올해는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다. 이 해에 아이를 낳으면 재물운이 있다는 속설 때문에 출산을 앞당기는 부부들이 늘면서 산부인과와 유아복 업체들이 ‘대박 꿈’에 부풀어 있다. 이러한 속설은 그저 속설에 불과할 뿐이지만 역기능보다는 오히려 순기능이 많다. 쌍춘년 결혼 특수는 그렇잖아도 내수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뜻하지 않는 매출을 안겨줬다. 황금돼지해의 출산 붐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황금돼지를 활용한 마케팅에 돌입한 유통업체와 일반 기업들도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행운과 재물을 불러온다는 황금돼지해 속설은 오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과 기업들이 움츠린 어깨를 펴고 부자의 꿈과 매출 증대의 희망을 품게 해준다는 점에서 ‘믿고 싶은’ 속설로 다가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