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ㆍ포털등 후발社 압도,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

정보기술(IT)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2강 쏠림`현상은 국내 IT산업이 구조조정의 터널을 거쳐 질적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강 구도에서는 수익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후발사 입장에서는 그저 꿈 같은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이는 특정업체에 의한 과점현상으로 이어져 자칫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더욱이 활발한 신진대사와 구조조정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IT업계에 경쟁구도가 실종된다면 매너리즘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정책수단을 동원한다면 기술 개발을 원천으로 삼는 업계 전반의 활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정책당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규모의 경제 맹위= IT산업의 과점현상은 기술력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산업적 특성 탓이다. 여기다 기술력과 표준화 등으로 두터운 진입장벽을 쌓아놓고 있어 후발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시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고객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가 업체간 우열을 판가름하게 된다. 선발사업자의 경우 로열티를 갖춘 가입자를 기반으로 삼아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 쏠림 현상을 가져오는 순환고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이 요금인가제 등 다양한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갈수록 몸집을 키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발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에 따른 가입자 이탈효과를 상쇄시키는 셈이다. NHN 등 인터넷업계가 꾸준한 M&A를 통해 후발사를 끌어안으며 덩치를 키워 춘추전국시대에서 강자로 군림한 것도 역시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가입자 집중효과를 톡톡히 맛본 셈이다. ◇신규사업도 지배력 이전= 쏠림현상은 차세대 신산업 분야로 고스란히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풍부한 유동성이 추가적인 성장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성DMB 서비스는 위성체와 주파수가 필수요소. 현재 위성DMB 서비스를 위해 이를 확보할 여력을 갖춘 업체는 통신시장의 양강인 KT와 SK텔레콤 뿐이다. 내년 서비스 예정인 SK텔레콤의 경우 위성DMB사업을 위한 초기자본금 규모만 1,000억원에 달할 만큼 대규모 신규투자가 필수적이다. 꿈의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휴대인터넷 역시 주파수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자칫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발업체들로서는`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업계 역시 대규모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다음과 NHN이 투자여력이 부족한 후발업체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규진출 분야에서 이미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기업들을 끌어안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존 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는 후발 사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틈새시장도 상대적으로 적다”며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선두업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수단 제대로 안 먹힌다= 문제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부가 KT와 SK텔레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 요금인가제나 결합서비스 금지 등 일정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시장 지배적사업자에 의한 과점현상 해소가 통신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중 하나”라면서도 “소비자 편익 문제를 고려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기간통신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사실상 시장 지배구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칫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급변하는 IT환경 속에서 업계의 자유로운 행보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발업체도 제대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기반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의한 독과점 현상은 업계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다만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환기자, 정두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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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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