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잘못된 통계'로 버블논쟁땐 경착륙 부를 수도

소득대비 집값지표 '참고용'이 절대 수치로 둔갑<br>노후 아파트 전세가 비율 근거 버블 규정 난센스<br>강남 집값, 일본등 선진국과 단순비교도 잘못



국정브리핑은 “정확한 정보와 통계야말로 부동산시장 안정의 첫걸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이러니일까. 청와대의 ‘버블 세븐’ 거론 후 고위 관료들이 ‘집값 붕괴 직전’ 등 장단 맞추듯 자극적인 문구를 총 동원하면서 꺼낸 각종 논리들에는 하나같이 구멍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관련 통계로는 강남 아파트 값이 비싸고 소득에 비해 집값 상승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등 추세만을 파악할 정도가 고작”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이나 논리를 갖추지 못한 채 버블론을 지나치게 내세울 경우 인위적인 경기부양 이상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PIR, ‘참고용’이 ‘절대 지표’로 둔갑=소득 대비 집값(PIR) 지표가 가장 먼저 발표된 곳은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4월호).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적정 주택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우며 (자료에)결함이 많아 단순 참고용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덕수 부총리가 강남 3구의 버블 근거로 세운 18.7배는 전체 도시근로자의 지난해 연간 평균 소득인 3,901만원을 강남 3구의 33평형 집값과 비교한 수치로 상위 10분위 소득(9,283만원)과 비교한 배수는 몇 년 동안 7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IR의 지표에는 고소득 자영업자도 빠져 통계로서의 유의성이 많이 떨어진다. 정부는 그럼에도 이 지표를 국민 설득을 위한 절대적인 수치로 사용하고 있다. ◇전세가 비율이 낮은 것이 버블(?)=정부는 전세가는 해당 집의 ‘현재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세가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거품이 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서울 강남의 전세가 비율은 평균 30~50%인 반면 강북은 60~70%에 이른다. 하지만 강남의 전세가 비율이 낮은 데는 현재 가치보다 재건축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적 특수성’이 자리한다. 낡고 오래된 노후 아파트가 많으니 전셋값도 낮은 것이다. 실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 주공 2단지 22평형은 매매가가 13억원인 반면 전세가는 1억6,500만원으로 전세비율이 12%에 불과하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의 전셋값을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버블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셈이다. 강남 아파트 전체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이른다. ◇외국과 집값 비교한 버블론도 주장 약해=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버블론의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 평당 6,000만원인데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3배인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는 우선 국민소득의 비교차 자체가 틀렸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000달러로 3만달러 중반인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과 우리의 고가 주택을 비교해 버블론을 내세우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과 우리의 경제구조가 다르고 주택보급률 등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절대적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남ㆍ북도 차이가 있는데 외국의 집값과 비교하는 것은 통계상의 착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투기지역의 존재는=2004년 이후 버블 세븐의 집값 상승률은 20.7%로 이들 지역을 뺀 전국 집값 상승률은 1.6%라고 밝혔다. 이 주장대로라면 7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많은 지역에서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퍼진 주택 투기지역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현재 투기지역은 총72개로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지방 대도시 등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부 주장을 따른다면 지방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공급론도 결함=버블론의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운 공급 측면에도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는 강남권에 앞으로 5년간 10만가구가 공급될 것이라며 가격은 꺼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강남권의 대체 주거지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 가능하다. 그러려면 중대형 단지로 건설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울러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1대1 형태로 진행돼 건물을 헐고 새로 지어도 신규 분양(청약통장 분양)으로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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