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교수 정운찬 마지막 수업

"정치 안한다더니…"에 "총리는 정치아닌 행정"

3일 오전 국무총리로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오후1시 강의가 예정된 서울대 83강의동 202호실을 찾았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정 내정자는 “첫 수업인데 못하게 돼서 미안하다. 이 수업은 폐강되든지 다른 사람이 이어서 할 것”이라며 총리 수락 사실을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 하는 아쉬움 섞인 탄성이 터졌다. 원래 이날 수업에서는 프린스턴대 교수인 앨런 블라인더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이 저술하고 정 내정자와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번역한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수업은 정 내정자와 학생들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정 내정자는 자신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관에 공통점이 많았고 자란 환경까지 비슷해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총리직은 왜 수락했느냐`는 질문에 “총리직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라고 답했다. 총리로서 정책방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최근 지니계수가 많이 악화됐다”는 말로 답을 풀어나갔다. 정 내정자는 “양극화 해소가 어려운데 이 부분에 많은 역점을 두고 싶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안에 관련된 까다로운 질문도 나왔다. 정 내정자는 대운하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비교적 소규모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운하에는 분명히 반대했다. 환경 문제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경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우선순위에서 앞서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4대강은 우선 수질개선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됐으면 좋겠다”며 4대강 주변의 쾌적한 중소도시 건설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 정책을 많이 비판했는데’라는 질문에 그는 “최근 (이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분과 제 경제철학에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따뜻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민감한 문제인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해 그는 “행정복합도시는 경제학자인 제 눈으로 보기에 아주 효율적인 플랜은 아니다. 이미 계획을 발표했고 사업도 많이 시작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원안대로 다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본다”며 수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복합도시를 세우되 충청도 분들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안보다 수정안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총리직 이후 대권계획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다. 우선 대통령을 보필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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