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전, 필리핀전력 15% 공급한다

세부에 발전소 착공…직접 판매까지 맡아<br>국내업체 동반진출로 1억弗 수출 효과도


필리핀 세부(Cebu)시 남동쪽으로 20㎞ 떨어진 나가시티. 한국전력이 필리핀에 4번째로 발전소를 건설해주는 곳이다. 14일 착공식이 진행된 세부발전소는 한전이 발전소 건설은 물론 전력까지 판매하는 첫 사업이다. 필리핀에 진출했던 기존 3개 발전사업의 경우 전력 판매는 필리핀전력공사(NPC)가 담당했지만 이번 세부 발전소는 한전 측이 직접 전력 판매까지 맡은 것.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은 “이미 9개의 필리핀 배전사업자와 전력 판매계약을 모두 끝냈다”면서 “앞으로 25년간 직접 소유, 운영은 물론 전력판매권까지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해외 전력사업의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한전, 필리핀 전력의 15% 공급=세부발전소까지 완공되면 한전은 필리핀 전체 전력의 15%를 공급하는 민간 전력회사가 된다. 현재 발전용량이 1,850MW로 또 다른 민간 발전사인 ‘팀 에너지’의 발전량 2,066MW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200MW급 세부발전소가 준공되고 지분 40%를 인수한 나가발전소까지 합할 경우 민간 발전사 중에는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주 자리를 꿰찬다. 이강원 한전 필리핀법인 사장은 “해외 민간 전력회사가 한 국가의 발전량 15%를 차지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필리핀 정부가 한전 측에 더 많은 발전사업 진출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1995년 필리핀 현지법인(KEPHILCO)을 설립한 이래 말라야 발전소 성능 복구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필리핀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1996년에는 일리한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또 이날 착공식이 진행된 세부발전소 바로 옆에 나가발전소의 지분도 40% 인수, 명실상부한 필리핀의 최대 민간 발전소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 업체 동반 진출…새로운 국부 창출 모델=한전의 전력사업 진출은 국내 업체의 동반 진출이 이뤄지면서 파급 효과도 크다. 착공이 시작된 세부발전소의 경우 국내 기업이 100% 건설을 책임지는 일괄 설계, 시공 방식이다. 사업 운영은 한전이 맡지만 ▦설계ㆍ감리는 현대엔지니어링 ▦건설ㆍ시공은 두산중공업 ▦정비는 한전기공 및 국내 전문업체 ▦차관 조달은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 업무가 분산됐다. 이 같은 동반 진출로 약 1억달러의 수출 시너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일리한발전소 등도 동반 진출의 효과는 컸다. 일리한발전소 건설로 대림(기계ㆍ토건공사 시공), 효성(주변압기ㆍ차단기 공급), 현대중공업(보일러수급펌프 등) 등 10개 업체가 1억3,528만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말라야발전소도 이성 엔지니어링(제어설비 등) 60여개 업체가 공사를 하면서 7,35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말라야발전소의 사업소장을 맡고 있는 신영호 한전 필리핀 현지법인 부소장은 “오는 2015년이면 국내 전력시장은 더 이상 성장이 어렵게 된다”면서 “해외 전력사업은 국내 전력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화산 많은 필리핀…지열발전소 성공가능성 커”
해외거점 10여곳 중심 전력사업 강화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산이 많은 필리핀은 지열발전소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사장은 "필리핀전력공사(NPC)가 갖고 있는 지열발전소를 인수하는 것과 신규 지열발전소 건설을 앞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필리핀 정부는 지열 분포도 등의 자세한 자료를 한전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필리핀 이외 해외 10여개 거점을 중심으로 전력사업을 진출할 계획도 상세하게 밝혔다. 특히 한전에 대한 발전사업 진출 요청이 중앙아시아ㆍ남아프리카ㆍ중남미 국가로부터 쇄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 사장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은 모든 국가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예컨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력 공급이 달리자 광산에 전기 공급을 중단해 유연탄값이 급등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현재 한전은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라오스ㆍ캄보디아 등으로의 전력사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자원 개발 공략 대상인 중앙아시아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을 중심으로 전력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 사장은 "아제르바이잔 전력사업 진출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외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진척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중남미 지역(볼리비아ㆍ에콰도르ㆍ브라질) 등도 발전소 건설이나 인수 등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발전사업 진출은 다른 나라의 기간사업망을 갖는 것인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더구나 발전사업은 자원 개발과 연계될 수 있고 또 자원 개발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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