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근로시간 단축, 노사 모두 위한 선택


[기고]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검사로 재직하던 젊은 시절 집은 잠만 자는 하숙집 같았다. 주말에도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매일 되풀이되는 야근으로 칼퇴근은 다른 세계의 얘기였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옆에서 같이 해주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쉽고 미안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그래서 연간 2,000시간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국가가 바로 우리 현실이다.

노동법 개정 헌법보다 더 어려워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떠안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근로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과로로 산업재해도 많이 발생하며 일과 가정의 양립은 훼손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고용률 70% 달성은 고사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집중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 해결은 5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만큼 복잡하다.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다수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수년째 논의만 하고 있으며 입법지연으로 산업현장에서는 잇따른 소송으로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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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로 혼란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문제를 국회나 행정부가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하는 상황은 결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국회가 입법으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리라.

다만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근로시간이 급격히 단축된다면 경제와 사회에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 노사를 배려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돼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10월2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보완조치로 노사 합의에 따라 예외적인 주 최대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격한 소득감소와 중소기업의 추가 부담, 일자리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제도에서도 근로시간 한도가 주 52시간이므로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여년간 휴일근로를 포함해 최대 주 68시간으로 운영돼온 현실에 비춰볼 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발생한 혼란이기에 휴일근로를 포함, 주 52시간으로 단축해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또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통합함에 따라 가산수당 할증률도 통합 조정해 현행과 같은 수준의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합리적 대안 모색 노사 윈윈을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급격히 줄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당도 축소되기에 우려가 적지 않다. 사업주는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근로수당 인상이 결국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개정안은 양측의 입장을 고루 반영하되 수당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노동관계법은 헌법보다 개정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당사자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대화와 타협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근로자들과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노사와 가족 모두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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