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TX건설 법정관리 신청] 그룹에 미칠 파장

지분 관계없어 영향 적지만 강회장 지배력 축소 불가피<br>강회장 일가 지분 62% 보유<br>그룹은 간접 지원만 해와<br>다롄조선·팬오션 등 매각땐<br>조선 전문사로 전락 가능성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STX 본사 전경. 26일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STX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DB

STX건설이 26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STX그룹의 외형이 크게 축소되고 ‘월급쟁이 신화’를 일군 강덕수 회장의 그룹내 영향력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어졌다.


STX그룹은 이미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또 다른 한 축인 SYX팬오션은 공개 매각이 무산된 뒤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TX건설마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쌓아 올린 강덕수 회장의 성공신화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강 회장 개인회사라 그룹 영향은 적을 듯=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건설은 강 회장과 두 자녀가 62.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포스텍이 37.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STX그룹 계열사와는 지분관계가 없어 사실상 강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다. 하지만 포스텍이 STX그룹의 지주사인 ㈜STX 지분 23.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그 동안 STX그룹이 간접적인 지원에 나선 만큼 STX그룹도 이번 법정관리 신청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STX그룹은 STX건설에 총 1,500억원 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TX그룹 관계자는 “STX건설은 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강 회장의 개인회사로 계열사 지분이 없어 법정관리가 그룹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주력인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에서 STX건설을 지원할 방법도 없는데다 그룹 차원의 부실 리스크를 낮추려는 차원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라며 “그룹과 STX건설 모두 살 수 있을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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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 조선전문업체로 전락 위기= 강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자신이 근무하던 쌍용중공업(현 STX중공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사재를 털어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 이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산업단지관리공단(현 STX에너지),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조선ㆍ해운ㆍ에너지ㆍ건설 등을 아우르는 STX그룹을 일궈냈다. 하지만 유럽 최대 크루즈 조선소인 노르웨이 아커야즈(현 STX유럽) 인수와 중국 STX다롄조선소 건설 등 무리한 외형 확대가 부메랑이 돼 현재 그룹 전체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일단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아래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의 상황은 좋지 않다. STX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STX다롄조선의 경우 그룹이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막대한 부채와 업황 침체로 살 사람이 없어 공개매각이 무산된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이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STX다롄조선과 STX팬오션이 매각될 경우 STX그룹은 국내 진해조선소와 크루즈를 건조하는 STX유럽을 양대 축으로 하는 조선전문업체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강 회장 해외 수주영업에만 집중할 듯=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자율관리에 들어가면 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이전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강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잡거나 감자를 통해 대주주의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STX건설은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기에 STX팬오션과 STX다롄조선마저 매각될 경우 STX그룹 내에서 사실상 강 회장의 지배력이 미칠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 회장이 중국과 러시아ㆍ중동 등에서 폭 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온 만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일정 역할을 계속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이나 중공업 수주는 발주 국가 및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런 역할은 강 회장의 몫”이라며 “강 회장이 앞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지는 어렵겠지만 해외 영업과 수주에서는 계속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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