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나스닥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 (11일자)에서 한때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을 능가하며 맹위를 떨쳤던 나스닥 시장이 장기간의 기술주 침체와 경쟁 심화, 그리고 내부적인 경영 미숙으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90년대 활황기 전세계 24시간 체제를 갖추겠다는 나스닥의 비전은 물건너가고 있다. 지난해 나스닥 재팬이 문을 닫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나스닥 유럽 역시 폐쇄됐다. 이밖에도 나스닥 도이치란드 역시 철수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스닥 경영진은 런던 증권거래소와 선물 거래를 위한 합작사 설립 계획도 포기했다. 생존을 위해 확장 보다는 미국에서의 내실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처럼 나스닥이 세계화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된 것은 지난 3년간 정보기술(IT)주의 주가 하락속 거래량이 급감, 수수료 수입 역시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 큰 이유다. 한 집계에 따르면 나스닥의 올 1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 자체의 주식 상장계획도 전면 보류된 상태다.
비즈니스 위크는 `나스닥이 기술주들을 위한 최대 장외시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현재 나스닥에 전방위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장외전자거래시장(ECN)은 이미 나스닥의 거래량을 상당 부분 잠식한 상태다. 잡지는 로이터 그룹의 인스티넷 등 ECN시장이 나스닥 등록기업 주식 거래량의 절반가량을 빼앗아 갔다고 전했다.
또 닷컴 붐 당시 절정을 이뤘던 기업공개(IPO)는 나스닥의 라이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옮겨가는 추세다. 톰슨 파이낸셜의 자료에 따르면 상장 조건이 훨씬 엄격함에도 불구, 지난해 NYSE의 IPO건수가 나스닥보다 3건 많은 45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스닥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전미증권업협회(NASD)로부터 완전 독립을 추진, 새로운 체제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 증권거래 위원회(SEC)는 나스닥 자체의 펀더멘틀 결함 등을 지적하며 나스닥의 분리 독립에 회의적인 시각이어서 나스닥의 새 출발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나스닥이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잘 대처하지 못하고 붕괴될 경우 규모가 작은 기술 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1971년 문을 연 나스닥 시장이 지금까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천개의 중소기업들과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중개해 주며 미 경제 성장에 큰 원동력이 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스닥이 만약 붕괴할 경우 미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