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갈피 못잡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

여론따라 우왕좌왕 "누더기법안" 비판도<br>정부·여당 자치단체 조세저항 의식 양도세 중과시기 놓고 발언 엇갈려<br>거래세율 인하도 논란 끝 추가손질 "중장기 정책방향 실종" 우려 고조

부동산 세제에 관한 정부 정책이 종잡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제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 데 이어 1가구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여부까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보유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한 후 정부와 여당이 조세저항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세제 전반이 누더기로 변질됐다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종부세 대상자들의 퇴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3주택자 양도세 중과(60%) 시기를 유예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은 시행 연기 소식에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였다. 발언은 불과 사흘 만에 뒤범벅됐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은 15일 당정청 회의 이후 “(중과 문제는)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바통을 정부에 떠넘겼다. 10ㆍ29 투기대책의 핵심인 중과제도를 시행하지도 않은 채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했다. 17일 일부 언론에서는 “내년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정부와 청와대 일각에서 강행해야 한다는 세력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무게는 종부세 국회 통과를 전제로 유예하는 쪽에 실려 있다. 권혁세 재경부 재산소비심의관은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길은 터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종부세와 관련해 국회에 가서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재경부는 이날 “당정협의 당시 중과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는 공식 자료를 내놓았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3조2,000억원에 불과한 보유세를 늘리고 13조원에 이르는 거래세는 낮추겠다고 밝혀왔다. 9월 2차 부동산정책회의에서는 “거래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못박았다. 보유세 방안은 이런 방향 아래 설정됐다. 하지만 방안 발표 후 나타난 시뮬레이션 결과는 달랐다. 상당수 지역에서 보유세는 줄어들고 거래세는 늘어나는 정반대의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서울 목동 나산아파트 43평형(기준시가 3억5,000만원)의 경우 보유세는 올해 116만원에서 내년 61만으로 줄어드는 반면 거래세는 현재 947만원에서 내년 1월 1,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반 상승하는 곳도 적지않다. 정부는 “왜곡된 모습을 고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과 조세저항의 강도에 따라서는 중장기 정책방향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거래세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당초 등록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가 당의 요구에 못 이겨 1.5%로 바꿨다. 종부세에 대한 여당 내 반발기류를 감안하면 세제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각종 정책이 당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경제 주체들이 경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정부와 여당이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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