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1,39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6으로 전월(54)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환란 직후인 지난 1998년 2ㆍ4분기(46)와 같은 수준이다.
업황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12월 BSI는 42로 전월(55)보다 13포인트 급락하면서 기존 최저치였던 1998년 1ㆍ4분기(40) 수준에 근접했고 수출기업 업황지수도 40으로 이 분야의 통계가 작성된 1998년 1ㆍ4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앞으로 경기전망은 더 어둡다. 제조업의 내년 1월 업황전망 BSI는 4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1년 3ㆍ4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월 전망지수는 각각 43과 45로 기업규모별로 분류된 1994년 1ㆍ4분기 이래 가장 낮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전망 BSI는 각각 40과 47에 그쳤다. 1998년 당시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전망 BSI는 분기별로 각각 55~78, 68~78을 유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월 BSI도 52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48)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9월(98.3) 이후 4개월 만에 무려 46.3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최근 들어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날 지식경제부와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BSI 설문조사에서도 매출지수가 전 분기 92에서 64로 떨어졌고 국내출하지수가 90에서 63으로 하락하는 등 모든 지표가 빠른 하강세를 나타내는 등 내년 1ㆍ4분기에 대한 전망이 조사 이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전자 업종이 가장 침체할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의 전망 BSI가 33으로 가장 낮았고 전자업종이 44로 그 뒤를 따랐다. 전기기계와 비금속ㆍ석유정제의 전망BSI도 각각 55와 57로 업종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반도체 역시 60으로 평균을 밑돌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