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몰락 예측한 “제3의 세력”/부도직전 「괴어음」

◎출처 불명 1천억 지급결제 요청 “돌출”/“정부지원 계속되던 상황”… 의혹 증폭정태수 총회장 등 한보철강 경영진도 모르는 사이에 은행에 지급결제를 요청한 1천억원이 넘는 한보철강발행어음의 소유주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어음소유주는 혼자인가 다수인가. 한보철강이 부도직전(1월23일) 일주일간 채권은행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어음결제 필요금액과 실제 은행에 제시된 어음금액이 커다란 차이(1천1백4억원)를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같은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17일 신한국당 의원총회에 보고한 「한보부도 경위 및 대책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한보측이 파악한 기일도래 어음(당좌수표포함)규모는 5백74억원인 반면 실제 도래한 금액은 1천6백78억원에 달했다. 재경원은 이같은 차이가 한보의 주먹구구식 경영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엉성한 자금관리, 거액자금은 정총회장이 뒤에서 주무르는 한보특유의 경영형태가 이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냈고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한보를 불신하게돼 부도를 재촉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도직전 정총회장을 포함 모든 경영진이 부도를 피하기 위한 자금마련에 모든 힘을 쏟을 시점이란 것을 고려할 때 재벌그룹인 한보가 1천억원 이상의 자금흐름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적다. 도리어 정총회장이 신뢰하고 있었던 그 누군가가 정총회장의 몰락을 예측하고 자기 몫을 찾기 위해 지급일시등을 표시하지 않고 있던 백지어음에 날자를 기재해 어음을 돌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석채 청와대경제 수석은 한보부도가 나자 당시 종금사들이 백지어음을 돌려 한보의 부도처리를 촉발했다고 말한바 있다. 종금사들은 「자신들이」 백지어음을 돌렸다는 이수석의 말을 부인하고 있고 은행권에서는 출처를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어음이 지급제시 됐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어음이 한보부도의 막판에 돌연 출연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정총회장에게 돈을 빌려주고 백지어음을 담보로 잡고 있던 사채업자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 한보의 자금난이 극도로 악화돼 있었지만 정부가 협조융자 등을 통해 한보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하던 때라서 한보의 몰락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력을 가진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최창환>

관련기사



최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