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일룡씨 도청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뀔까

부산복집서 도청당한 박씨 미림 관련해 검찰에 출두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에 31일 오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예정인 박일룡 전 안기부 1차장의 끈질긴도청과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오정소씨 후임으로 1996~1997년 안기부 1차장을 지낸 박씨는 안기부 특수 도청조직 `미림'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는지, 운영에 직접 관여했는지 등을 검찰에서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설사 재임기간 도청에 관여했다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공소시효가 완성돼 퇴임 후 도청내용을 유출하는 등 범죄행위가 없었다면 사법처리 대상은 아닌상황. 따라서 신분도 피내사자가 아닌 참고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박씨는 안기부의 국내정보 담당 최고위직에 있을 때 도청을 지휘했을 가능성을의심받아 이번에 검찰에 출두했지만 13년 전에는 도청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본 인물이다. 박씨는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돼 직위해제를 당하는 비운을 겪었던 것이다. `초원복집 사건`은 14대 대선을 코앞에 둔 1992년 12월11일 김영삼 후보를 돕기위해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부산시 대연3동 초원복국집에 모여 은밀하게 나눈 대화내용이 당시 야당인 국민당 측에 의해 몰래 녹음된 사건. 당시 참석자들은 박씨와 법무장관(1991년 5월~1992년 10월)을 지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 정경식 당시 부산지검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급 인사 8명. 이들은 "다른 사람이 되면 부산ㆍ경남 사람들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는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관권선거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던 게 그대로 녹음돼 아무런 여과없이 국민에게 공개됐다. 이 때만 해도 박씨는 공직자로서 잘못된 처신 때문에 직위해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도청 피해자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동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복집에 함께 있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김영삼 정부시절에 경찰청장,안기부 1차장 등을 거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는 행운을 얻었다. 그랬던 박씨가 이번에는 안기부가 저지른 조직적인 도청행위에 관여했는지를 조사받아야하는 피조사자 신분으로 바뀌게 됐다. 도청의 객체에서 도청의 주체 쪽 자리에 서게 될지 모를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박씨가 미림팀 도청에 관여했는지는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지만 그는한국사에 기록될 두 건의 도청사건에 모두 이름을 남기는 불명예를 안고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