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CTV 관리소홀로 '먹통' 속출

범죄 예방 및 해결,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해 우리 생활 환경 곳곳에 설치되 있는 폐쇄회로 TV(CCTV)가 관리 소홀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안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주택은행 등 몇 개 은행을 제외하곤 정기적인 관리를 위한 '사후계약'을 맺지 않아 주 설치 장소인 금융권이 특히 사후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 관리 소홀로 인해 CCTV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 감시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CCTV 등 감시장비 보급은 급증=현재 국내 보안 관련 시장은 연간 8,000억원 정도. 이중 무인 경비업이 4,500억원, CCTV 등 관련산업이 1,35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테이프 녹화방식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방식은 초기 설치 비용이 기존 테이프 녹화방식 보다 1.5 배 이상 비싸지만 화질이 뛰어나고 녹화 및 저장에 있어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테이프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많지만 점차 DVR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조만간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CTV는 은행 등 금융권에 가장 많이 설치되고 그 다음이 백화점, 편의점 등 상점이나 주차장, 아파트 단지 등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지난 해 건교부가 범죄예방을 위해 새로 건립되는 300동이상 아파트의 주 출입구와 어린이놀이터에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관리 소홀이 문제=CCTV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장비 문제가 아니라 사후 관리 소홀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설치된 CCTV는 주로 금전 출납 창구나 객장, 현금인출기 주변을 녹화해 이용자들의 얼굴을 촬영,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발생시 해결의 단서확보를 쉽게 하기위해 설치돼 있다. 경찰은 상당수의 CCTV가 금융 기관들의 관리 소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요 증거인 녹화테이프가 기기 고장으로 아예 녹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무리하게 반복 녹화한 탓에 녹화테이프의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설치됐더라도 정면이 아닌 위쪽에서 내려 찍는 등 촬영각도가 틀려 신원판독이 불가능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일선 경찰들은 "범행은 주로 심야에 이뤄지는 만큼 감시카메라 설치는 필수지만 때론 얼굴을 전혀 찍지 못한다"며 "범인 검거에 도움을 받으려면 얼굴을 제대로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CCTV가 요긴하게 쓰이는 대부분의 편의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L군(22)은 "거의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 특성상 CCTV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그러나 도난 사건이 발생할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형식적인 모니터에 그친다"고 말했다. ◇보험'믿고 사고예방에 무신경=전문가들은 금융기관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가 명확하지 않고, 금융 기관들도 보험사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써 사고 예방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에스원의 김장석 기술지원실 과장은 "대부분 업체가 형식적인 설치에 그치거나 당장 사용에 지장이 없다면 관리에 소홀하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만 관리 업체에 연락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은 이제 지양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 설치비용을 적게 들이고 사후관리에 소홀한 근시안적인 시각이 문제"라며 "설치할 때부터 적절한 시스템 설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정기 유지 보수'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보안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도 "금융기관 범죄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도 CCTV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며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금융기관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의 상당수는 해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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