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긴급 진단] 위기의 은행

IMF이후 '곪은 금융상처' 터졌다<br>급격한 M&A로 파벌 싸움·추잡한 정치게임까지<br>KB·신한·하나·우리 등 인사 갈등·비리로 얼룩

우리ㆍKB 회장 선출 때마다 파벌 간 투서가 난무하더니 최근에는 국민은행 비리와 신한지주 회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 일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 행장 선출과정에서 도를 넘는 관치행위가 줄줄이 터지면서 퇴행적인 모습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1차적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변혁을 거치면서 곪았던 상처가 터진 데 따른 것이다.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급격히 이뤄지며 파벌과 집단이기가 기승을 부리는 셈이다. 여기에 '정치금융'이라는 추잡한 몰골이 흡입되면서 지배 구조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25일 컨설팅 기관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2가 정권출범 1년 전후로 교체됐다.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힌 부작용이 누적됐다. CEO는 경영을 우선하기보다 반대세력의 질시를 견제하고 심지어 권력과 시선을 맞추는 데 더 신경을 쏟았다. KB는 물론 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 등에서 모조리 내부 파벌싸움과 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은행은 지주와의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초유의 3대 특별검사가 시작된 국민은행은 전현직 경영진이었던 주요 임직원들의 갈등이 표출됐고 새 경영진은 조직장악에 실패했다.


회장 선임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신한금융도 전현직 직원 간 조직 흔들기가 극심하다. 일부 전직 임원은 자신이 미는 후보를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한 사태와 관련된 일부 실무진은 자기에게 손을 대면 다 폭로하겠다고 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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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도 은행의 미술품 4,000점에 대한 거래나 투자 적정성과 관련해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는데 책임소재 등을 두고 내부적으로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년간 가장 안정된 경영을 했다고 인정받았던 기업은행마저 행장 선임을 놓고 내외부 간 갈등이 노출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러니 은행들은 적자점포 구조조정이나 먹거리 창출 같은 대비는 전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32%로 2003년 이후 최저다.

당국도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보다 개별 사안에 치우쳐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 은행이 '진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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