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거액자산가 김모씨는 요즘 투자잔액을 보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채 30년물 3억원어치를 매입한 뒤 평가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8%가량이던 평가손실이 어느덧 17%까지 커졌다. 현재 유통시장에 내다팔면 5,000만원 이상의 손실을 봐야 돼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
국고채 30년물의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서며 초기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해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당분간 채권시장에 호재가 없을 것으로 평가돼 장기간 보유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액면가 1만원)은 장내 유통시장에서 8,318원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자연스레 가격이 하락한다. 지난해 9월 매입한 국채 30년물 1억원어치를 현재 유통시장에 되판다고 하면 약 1,700만원의 손실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초장기물인 국채 30년물은 지난해 9월 연 3.02%의 금리로 발행되며 첫선을 보였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권사 영업지점에서는 2.99%의 금리에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준금리가 0.25%만 인하돼도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입찰 청약은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이슈가 사라진데다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채 30년물의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께 3.4%를 넘어서더니 현재 4%까지 오른 것이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금리가 3%대 초반까지 하락했을 때 국채 30년물을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는 현재 자금이 묶였다.
한 대형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는 "슈퍼리치들은 은행에서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어 채권의 손절매를 잘 하지 않는다"며 "국채 30년물을 초기에 매입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평가손실을 입으며 보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범식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국채 30년물은 평가손실이 발생했지만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3% 수준의 금리를 30년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어서 주식의 손실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상당수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할 목적으로 매입해 현재까지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30년물 금리는 앞으로 추가로 급등하지도 않겠지만 하락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채 30년물의 금리가 현재 너무 올라서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려는 주체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국채금리도 추가로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국채 30년물의 금리도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3.9% 이하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