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빌게이츠와 벤처에 대한 기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이자 씨티그룹 회장, 홍콩의 허치슨왐포아의 리자청(李嘉誠) 회장 등. 영국 정부가 최근 자국의 국제기업자문위원으로 위촉한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 12명의 일원들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92년 이래 가장 저조한 1.8%를 기록한 영국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다급한 의지에서 이들로부터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것. 세계 경제를 사실상 대표하는 이들이 세계 4위(2004년 국내총생산 기준)의 영국 경제 회생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세계의 기대와 주목이 동시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국 정부가 경제 회복 방안 마련을 위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심어줬다는 점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더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보수당과 자유당 등 영국 내 야당들이 ‘정치적 쇼맨십’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러면 우리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경제성장률 4%,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5%. 경제성장률은 현 정부가 출범한 뒤 3년 연속 잠재성장률(4~5%) 수준을 밑돌고 국민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GNI는 98년 외환위기 상황(마이너스 8.3%) 이후 8년 만의 최저 증가율이다. 경제 상황이 무척이나 어려웠음을 지표가 확인해주고 있다. 세계 11위권인 우리나라 경제는 올들어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성장률은 여전히 5%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밝혔다. 하지만 실제 환경은 여전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못되고 있다.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진정한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KDI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업 창업 환경은 조사 대상 155개국 가운데 97위다. 서울에서 창업, 그것도 비제조업을 하는 데 거쳐야 하는 절차는 2004년 기준 12단계, 소요기간은 22일. 정부 규제 건수는 2002년 말 7,715건에서 지난해 말에는 7,926건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3%가 늘었다. 이 때문에 매년 0.5%의 경제성장률을 까먹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물류와 금융 분야의 동북아 허브를 실현하겠다던 참여정부의 출범 초기 강한 외침이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듯 경제 분야의 주요 공약(公約)이 정말 빈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ㆍ중소기업 등 각 경제주체들이 IMF 사태 이후 정부에 크게 의존적이지 않는 자생력을 어느 정도 키워온 것이 그나마 이 정도의 경제 상황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데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게 한다. 특히나 2월 말 현재 벤처기업 수 1만개 돌파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늘어만 나는 창업 규제와 절차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이 봄에 돋아나는 새싹을 보는 듯, 희망의 상징이다. 그들의 높은 열정과 도전정신, 창의력은 침체된 한국 경제에 분명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그렇다. 비록 몇몇 기업들에서 여전히 부도덕한 행위(코스닥시장 기준 지난해 이후 지난 3월까지 횡령 24건, 분식회계 8건)가 있지만 대부분의 벤처들은 모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간섭과 밀어주기식 지원이 아닌 엄정한 감시자가 되는 시장질서, 벤처캐피털 등 투ㆍ융자 기관의 원활하고 합리적 활동, 벤처기업 제품(서비스)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 평가 분위기 확립 등은 이를 뒷받침할 필수 요소다. 그래야 벤처기업이 거품 없는, 튼튼한 경쟁력과 자생력을 쌓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사태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벤처기업들이 다시 한번 한국 경제 도약의 지렛대 기능을 해줄 때가 됐다. 빌 게이츠나 로버트 루빈 등이 영국 경제 해결사로 나섰듯 우리는 도전정신과 활력이 넘치는 벤처기업들에 그 역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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