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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의 코너킥] 브라질서 본 한국 치안에 대한 시선…

"성폭력 등 흉악 범죄 많은 한국이 더 위험한 것 아닌가요" 물어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친 대표팀이 베이스캠프 이구아수를 거쳐 이동할 행선지는 남미 최대 도시 상파울루입니다. 상파울루에 사는 교민이 브라질 전체 6만 교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니 거대한 붉은 물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1만명 이상의 응원단이 벨기에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찾고 거리응원에도 최소 5,000명은 몰릴 것이라고 합니다.


커피로 유명한 상파울루는 브라질 경제·금융은 물론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죠. 파울리스타 거리에 있는 상파울루미술관에는 고흐·고갱·피카소·샤갈 등의 작품이 상당수 전시돼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매주 화요일은 무료개방이라는 사실. 하지만 이런 상파울루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살인사건 발생률과 출산율이 엇비슷하다는 브라질인데 그중에서도 상파울루는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가장 치안이 불안한 도시로 알려져 있죠. 외교부는 월드컵 전 브라질 출장기자들을 모아놓고 대낮에 시민이 권총 강도를 당하는 영상을 보여주더군요. "상파울루를 포함해 브라질에서는 저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일단 걸리면 순순히 주머니를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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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무렵부터 상파울루에서 며칠을 지내본 결과 아직 그런 일을 당하거나 목격한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질은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월드컵 기간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고작 며칠을 경험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니까요. 브라질 당국은 월드컵을 맞아 치안에만 4,000억원을 쏟아 부었다고 하니 취재하며 경험한 상파울루는 진정한 민낯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달 초 브라질에 들어와 상파울루를 경험하고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사람이 많은 거리는 조심하기만 하면 아무 일 없다. 하지만 우범지역은 무조건 피하라'입니다.

그럼 브라질에서 수십년을 산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세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 와 30년 가까이 상파울루에 살고 있는 31세 청년과 며칠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말은 조금 서툴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을 찾고 한국 관련 소식도 꼼꼼히 챙기는 친구였죠. 한번은 브라질의 치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기 애들은 순진해요. 종종 총을 들이대긴 해도 돈만 조금 가져가면 그걸로 만족하거든요. 근데 한국은 성폭력에 별별 흉악한 범죄가 많다고 들었어요. 한국이 더 위험한 것 아닌가요?" 며칠 뒤 다시 만날 이 친구에게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요.

/상파울루=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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