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채권시장 풍향계] 유동성 중독 징후 여전히 남아있어

세계적으로 지난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는 실제 기업들의 성장이 뒷받침돼 가능한 것이겠지만, 못지않게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의 요인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유가, 상품가격, 부동산, 주가 등이 예외 없이 상당히 올랐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국가의 중앙 은행들은 금리를 올렸다. 지나치게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가격에 거품을 끼게 만들고 이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위험성과 훗날 이 거품이 제거될 때 경제에 미칠 심각한 영향들을 우려해서다. 금리를 올리면 돈의 흐름이 바뀐다. 미래 수익이 불안정한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갈 수 있는 돈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소비나 투자를 하기 보다는 더 많이 저축하게 되고 그만큼 돈의 흐름을 느려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정은 한 나라의 돈의 총량을 그 나라 중앙은행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역으로 지금과 같은 국제금융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A국가가 금리를 올리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에서 자금이 더 많이 유입돼 오히려 통화량이 증가하게 되고 유동성이 더 늘어가는 경우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영국이 그런 식으로 유동성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나라들이며 우리나라도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일본은 대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나라다. 결국 미국은 연방준비위원회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주택시장에 버블이 생겼고 급기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버블이 꺼지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주식시장은 환영했고 주가는 다시 전고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누려온 풍부한 유동성의 문제를 또다시 유동성으로 막아보려는 일종의 유동성 중독 금단증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여진다. 금리를 내리면서도 못내 탐탁지 않다는 코멘트를 내고 있는 연준의 태도도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이같은 과잉 유동성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은행권의 공격적 채권 발행의 영향으로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후에도, 국내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지만 이는 은행채 발행 때문만이 아니다. 과잉유동성에 의한 주가상승 등 여전히 유동성 중독의 징후가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동성 중독의 금단현상을 얼마나 냉정하게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약물요법으로 당장을 넘길 것인가. 향후 자본시장을 가늠하게 될 중요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박성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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