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봄의 왈츠 동백꽃 잔치
장사도, 섬전체가 동백 한산도 제승당도 볼만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경상남도 통영 출신 시인 청마 유치환(柳致環) 의 '그리움'이라는 시이다. 통영의 바다를 바라보면 한숨이 나온다.
마치 절세미인을 앞에 두고 "아름답다"는 직설적인 표현이 잘 나오지 않듯, 150여개의 섬들이 흩뿌려진 청정한 한려수도는 꼬장꼬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청마처럼 그저 그 바다, 그 섬들을 바라만 볼뿐 "또 어쩌란 말이냐."
봄의 화신(花信), 동백꽃. 지금 통영에는 빨간 동백이 탐스럽게 입술을 열었다.
살랑살랑 잔물결에 실려오는 봄바람의 입맞춤에 부끄러워 부르르 몸을 떠는 동백.
드디어 "봄이 왔구나."
통영 인근에서 동백꽃을 가장 많이 볼수 있는 곳은 장사도라는 섬이다. 긴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섬에서 서식하는 나무의 80%정도가 동백나무라고 하니, 아직은 몇 몇 송이만 꽃잎을 열었지만, 그 동백이 모두 확짝 피어오르면 섬 전체가 붉은 빛으로 불 타오르는 듯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이 곳 장사도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면 가왕도(加王島) 너머로 대한해협의 수평선이 아득히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일본의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라니, 해안 조망도 일품이다.
통영 앞바다엔 장사도 이외에도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한산도ㆍ추봉도ㆍ용초도ㆍ죽도ㆍ소매물도ㆍ국도ㆍ홍도..
이들 섬에 닿는 뱃길여행은 도남 유람선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통영항을 나서면 30~40분 거리에 한산도가 있다. 이 곳엔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휘하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했었다는 제승당,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로 시작되는 장군의 시조에 등장하는 수루 등 유적지가 많다.
한산도 가는 길엔 임진란 때에 대를 심어 화살재료로 썼다는 상 하대섬, 충무공이 한산대첩을 거둔 후 갑옷을 벗고 땀을 드리웠다는 게딱지처럼 생긴 해갑도 등이 충무공의 내력을 들려준다.
다시 더 남쪽으로 뱃길을 따라 1시간쯤 달리면 통영시가 자랑하는 섬, 매물도가 있다.한산면 매죽리에 위치한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 등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기암괴석과 절벽이 비경을 이루는 이곳엔 흥미로운 전설이 하나 내려져온다. 옛날 중국 진시황 때. 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다니던 서불이라는 사람이 이 곳까지 왔다가 바위에 '서불과차'라는 글을 남겼다는 것.
해서 이 섬은 '글씽이섬'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실제 그 글귀의 흔적인지 알수 없지만 소매물도에는 '비석 바위' 하나가 있는데 앞면에 거뭇거뭇한 무늬가 마치 글씨의 자국처럼 보인다. 또한 소매물도와 등대도 사이. 썰물 때 드러났다 밀물 때 물에 잠기는 100여m의 길은 바다여행의 정취를 더해준다.
<여행메모>
◇교통= ▦서울~마산 철도(서울역) ▦마산~통영(마산 남부터미널에서 직ㆍ완행버스 30분 간격) ▦서울~통영(버스) 강남터미널에서 1일 10회, 남부터미널에서 1일 7회 ▦마산~통영(마산 남부터미널에서 직ㆍ완행버스 30분 간격)
◇도로=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구마고속도로~내서분기점~남해고속도로~마산~2번국도~진전삼거리~14번 국도~고성~통영 ▦전주~남원~순천~진주~고성~통영 ▦전주~남원~88고속도로~함양~진주~통영 ▦광주~순천~진주~고성~통영
◇주변관광지= ▦충렬사ㆍ세병관ㆍ벽방산 안정사ㆍ미륵도 관광지구ㆍ해저터널ㆍ남망산조각공원ㆍ한산도 충무공유적지ㆍ사량도 지리산(통영지역) ▦둔덕면 청마고향시비ㆍ거제 포로수용소터ㆍ옥포대첩 기념공원ㆍ거제 자연휴양림ㆍ거제 해금강(거제지역)
◇특산물= ▦건멸치ㆍ굴ㆍ우렁쉥이ㆍ바다장어ㆍ돌미역ㆍ양다래ㆍ유자(농수산물) ▦나전칠기ㆍ소목장ㆍ통영갓ㆍ문대발ㆍ전통누비(공예품)
◇숙박= 충무 마리나리조트 (055)646-7001
◇문의= 통영시청 문화관광과 (055)645-0101, 충무유람선협회 (055)646-2307, 여객선 터미널 (055)642-5337.
문성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