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한국프로골프(KPGA)가 지난 26일 SBS프로골프최강전을 끝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올해는 지난해 나타났던 세대교체 `조짐`이 낯선 우승자 속출 등 실제적인 `지각 변동`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세대교체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올 시즌 치러진 11개 대회 가운데 미국 PGA투어 멤버인 최경주(33)와 존 댈리(미국)를 제외하면 9명의 우승자 명단 가운데 7명이 20대와 30대 초반의 선수들로 채워졌다. 상금랭킹에서도 이들은 `톱10`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정준(32ㆍ캘러웨이)이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젊은 선수의 강세를 예고했고 김대섭(22ㆍ성균관대ㆍ포카리스웨트오픈)과 오태근(27ㆍ팀애시워스ㆍ충청오픈, 호남오픈), 무명 이용훈(29ㆍ유성오픈) 등의 우승 행진이 잇따랐다. 국가대표 출신 장익제(30ㆍ팀애시워스)는 막판 KTRD오픈과 SBS최강전을 내리 제패하며 `신진세력 득세`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나란히 2승씩을 거둔 오태근과 장익제의 급부상은 단골 우승후보였던 강욱순(37ㆍ삼성전자), 최광수(42ㆍKTRD) 등의 예년 같지 않은 활약과 대조를 이루며 세대교체론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밖에 양용은(31), 김형태(26), 이인우(31), 조현준(29) 등도 꾸준히 상위권에 들며 내년 시즌 중심세력으로 등장할 태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상금왕 강욱순은 내년을 기약하듯 시즌 도중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고 지난 98년과 2000, 2001년 상금왕을 차지했던 최광수는 9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내며 상금순위 12위에 머물렀다. 40대로는 최광수와 박남신(44), 김종덕(42) 등이 상금랭킹 15위 안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신용진(39ㆍLG패션)은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우승컵은 품지 못했지만 준우승 4회, 4위 5회 등 10차례 `톱5`에 입상하며 데뷔 15년만에 처음으로 상금왕에 올라 `중견`의 자존심을 세운 것. 신용진은 평균타수에서도 유일하게 60타대(69.42타)를 기록해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한편 올 시즌 KPGA는 지난해 12개에도 못 미친 11개 대회를 치러 아쉬움을 남겼고 협회 임원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지역 중심 대회의 기틀을 잡고 외국 유명 선수 초청, 성 대결 등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