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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프랑스도 무릎 꿇린 한국 저력
[2012년 문화계 결산] 영화한국영화 누적 관객 1억명 돌파1000만 관객 영화도 2편 나와'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 영예
김민정기자jeong@sed.co.kr
광해 : 왕이 된 남자
100여 년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많이 세워진 한 해였다. 지난 달 20일 올해 한국 영화 총 누적 관객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5,000만 인구 대비 자국 영화 관람율이 200%로 영국(99%), 일본(49%), 독일·프랑스(각각35%·이상 2011년 기준) 등 다른 문화 선진국을 크게 앞질렀다. 또, 한 해 두 편의 천 만 영화 탄생은 물론‘부러진 화살’‘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늑대소년’등 300만∼600만 관객을 넘긴 소위‘중박’ 한국 영화들도 쏟아졌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맹공 속에서도 한국 영화는 60%에 달하는 관객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영화제에서도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사 100년 가운데 처음이다.‘피에타’는 순 제작비 1억5,000만원이 들어간 저예산 영화다. 국내 개봉 후에도 수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손익분기점 2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순 제작비 기준으로 29배에 달하는 매출(약 43억 6,000만원)을 올렸다.
한국 영화가 안팎으로 활약하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최대 호황기를 누리면서 영화 산업에도 새로운 특징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성수기· 비수기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3~5월의 경우, 예년에는 국내 화제작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몇 년씩 묵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뤘다. 반면 올해는‘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등 참신한 소재의 영화가 사랑 받으며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방학도 아니고 특별한 명절이나 연휴도 없는 11월 역시 극장가가 꼽는 전통적인 비수기. 그러나 650만 관객을 넘어선‘늑대소년’을 필두로‘브레이킹 던 Part2’‘007 스카이폴’ 등 200만 관객을 넘긴 할리우드 영화까지 가세하며 비수기를 무색하게 했다. 업계는 이처럼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관객층의 확대와 불황의 역설을 꼽는다. 10~20대가 영화의 주 타깃이던 과거에는 방학 등 학생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비수기가 정해졌다. 그러나 최근 30~50대 관객이 주된 영화 관람 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기를 타지 않게 됐다. 이에 더해 적극적인 문화향유 욕구가 있지만 불황으로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아 그나마 부담 없는 영화가 대체제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 산업의 승승장구 한 켠에 여전히 응달도 존재하고 있다. 대기업이 제작·투자·배급·극장사업까지 모두 장악한 수직계열화 현상과 그로 인한 스크린 독과점, 현장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 등의 문제다. 최근 멀티플렉스의 교차상영(오전·새벽 시간대에만 상영)에 반발해 개봉 8일만에 감독 스스로 종영을 선언한 영화‘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진정한 한국 영화 황금시대까지는 이 같은 고질적 병폐가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