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CCP와 양치기 소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결제소(CCP)의 연내 설립이 사실상 무산되자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정치 논리에 밀려 좌절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됐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이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보류 여파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CCP 설립 무산으로 국제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야 한다. CCP 설립이 주요 20개국(G20) 합의 사항인 국제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2~3년 전 CCP 도입을 완료한 상태라 당장 장외파생상품 결제청산 업무에 대한 국제 경쟁력 약화도 고민해야 한다. G20는 지난 2009년 '2012년까지 CCP를 도입하자'고 합의하고 현재 자본규제 차등화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CCP 설립을 위한 기본 법안조차 국회의 벽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100m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선진국들이 출발 신호에 맞춰 이미 10~20m가량을 질주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스타트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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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기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출발 신호는 내려졌지만 최선을 다해 막판 달리기에 주력한다면 이들을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오는 18일 대선 이후 열리는 임시국회가 그 기회다.

마지막 남은 단 한 번의 기회, 칼자루는 국회가 쥐고 있다. 끝내 CCP 설립이 무산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적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지, 다시 기회를 잡아 국제적 위상을 바로잡을지 선택은 국회의 몫이다.

한 대상에 대한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 쉽다.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이 이야기 마지막에 양들을 늑대에게 빼앗기고 울던 이유가 잇따른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곱씹을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국제 신용평가회사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데 대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지금껏 쌓아온 글로벌 신용을 지켜나가야 할 시기가 아닐까. 국회가 정말 당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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