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이 부쳐준 10년전 편지 동광양중 정충기 교사 감동어린 제자 사랑 '화제' 한국아이닷컴 이병욱 기자 wooklee@hankooki.com '집 서재 한켠을 차지하던 이 편지가 10년만에 주인을 찾아 간다. 자필 편지라 반가울 게다. 그리운 2학년 6반 녀석들. 좀 유별났던 학급이라, 말도 많았지만… 이제서야 담임의 소임을 마친다.' 10여 년전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들과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제자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준 '참 스승'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남 광양시 중동 동광양중학교에 재직중인 정충기(43) 교사는 약 11년전인 지난 96년 가을 어느 토요일, 당시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전남 순천이수중학교 2학년 6반 학생들과 단합대회를 가졌다. 아이들에게 남다른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정 교사는 이날 학생들에게 '10년 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도록 했다. 갑작스런 선생님의 지시에 학생들은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10년 후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고 백지 위에 글을 한줄 한줄 채워나갔다. 좋은 성적을 얻기위한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으로 가르쳤던 정 교사의 이런 교육 철학이 당시에도 입시에 찌들었던 학생들에게는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정 교사의 감동어린 사연은 당시 제자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려졌다. 정 교사의 영향을 받아 선생님의 꿈을 키워 사범대에 진학했던 이 제자는 결국 11년전 선생님과 자신에게 했던 약속대로 교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정 교사의 서재에는 아직 부치지 않은 편지 묶음이 남아 있다. 이 편지들은 5년, 10년, 15년 등 제자들 스스로가 정한 발송일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아주 작은 일일 뿐"이라면서 "담임교사의 역할은 1년간 가르쳐 학생들을 품에서 떠나 보내는 게 아니라,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이 흐른뒤 옛날을 기억할 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재 한 켠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빛 바랜 여러 묶음의 편지들. 그동안 정 교사의 남다른 제자 사랑이 어느정도인가를 소리없이 대신해준다. 입력시간 : 2007/12/04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