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비 쇼크… 현대차그룹 시총 7조 증발

미국발 연비쇼크…<br>현대차 52주 최저가 기록 1년여만에 20만원선 아래로<br>유럽 등 파장 확대 가능성 적어 시장 영향은 제한적 분석도


현대차 그룹주가 미국발 연비쇼크 여파로 급락하면서 하루 새 시가총액 7조원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가 발 빠르게 초동 대처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보상금 규모와 소비자 신뢰 타격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단기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21% 급락한 19만9,500원으로 마감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2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10일(19만7,000원)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6.94%, 4.07%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다시 썼다. 이날 하루 현대차 3인방 주식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6조1,87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ㆍ현대하이스코ㆍ현대위아 등 다른 계열사들을 포함하면 현대차 그룹 시총은 무려 7조1,000억원이나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동반 급락은 미국에서 연비 과장에 대한 시정명령과 대규모 보상금 지급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대ㆍ기아차가 2010년 말 이후 판매한 90만대의 차량 연비 추정치가 과장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에 '차량에 부착된 연비 스티커를 다시 붙이라'고 명령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사과 광고와 함께 해당차량 소유주에게 기존 연비와 새로 조정된 연비 차이만큼 손해 본 기름값을 직불카드로 보상하기로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보상금 규모는 연간 800억~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가 사과광고를 통해 "보상 프로그램은 차량 보유 기간 내내 이어진다"고 밝히고 있어서 보상금이 앞으로 실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품질 이슈가 아닌데다 회사 측이 선제 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하지만 보상을 위한 충당금이 4ㆍ4분기에 모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된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4ㆍ4분기 실적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글로벌 판매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목표주가를 각각 30만원에서 28만원, 8만4,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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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미국의 자동차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25년간 보상금 규모가 20억5,000만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돈보다는 신뢰 타격에 따른 손실이 더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ㆍ기아차가 높은 연비를 토대로 마케팅을 해왔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판매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지불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의 연비 오차가 현대ㆍ기아차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정도로 크지 않고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며 "안전과 관련된 리콜이 아닌데다 지난주 대규모 리콜 루머로 주가가 이미 크게 하락했고 유럽과 중국ㆍ한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정부에서 인증한 연비를 표기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이번 사태가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오 대신증권 연구원도 "15% 추가 할증금액을 포함한 발 빠른 보상 대책으로 대규모 집단소송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주문 취소 등 미국 현지에서 우려할 만한 사항들이 발생되지 않고 있고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11월 미국 시장 판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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