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흑금성’으로 활동한 전 안기부 소속 대북 공작원이 오히려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국가 기밀을 빼돌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3일 북한 공작원에게 군사 기밀을 넘긴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전 대북 공작원 박모씨와 국내 대형 방산업체 L사 부장 손모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1998년 발생한 이른바 북풍사건 당시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알려진 전 안기부 대북 공작원 박씨는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재중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은 뒤 군에서 사용하는 작전교리와 야전교범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2004년에 북한 공작원을 알게 된 뒤 2005년 군 통신장비 관련 내용을 북측에 전달하고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공작원과 통신중계기사업의 북한 진출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공안 당국은 이들이 군 기밀사항을 북한에 넘기기 위해 군 관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추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둘은 서로 아는 사이지만 이번 사건을 공모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손씨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부남)에서 진행 중인 ‘방산업체 납품 비리’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북풍사건은 1998년 당시 안기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연루설을 퍼뜨린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