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르면 올해 말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발 '이주 폭탄'이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 가속화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 폭탄까지 예고되며 이들 지역 전세 세입자들은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조만간 이주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뛸 게 불을 보듯 뻔하지만 아직 이주일자가 확정되지 않아 미리 이사할 전셋집을 구하지도 못한 채 치솟는 전셋값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이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에 전세를 사는 김모(42)씨는 "괜찮은 전셋집은 나오는 족족 계약되는데 아직 이주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며 "전셋값은 연일 오르고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8일 재건축조합 및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다음달부터 연달아 이주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강동구 고덕동과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잠원동 지역에서 내년 4월까지 예상되는 재건축 이주 수요만도 총 7,500여가구에 이른다.
우선 고덕지구 고덕주공4단지(410가구)가 가장 먼저 내년 1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지난 10월 말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2,771가구 규모의 고덕주공2단지도 내년 3월 중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 신반포5차(555가구)와 반포한양(372가구)이 내년 2월께 이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남구 개포지구의 경우 개포동 주공2단지(1,400가구)가 내년 3월부터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며 시영아파트(1,980가구) 역시 이르면 내년 1월 관리처분 총회를 열어 이주 준비를 할 방침이다.
재건축 이주일자는 대개 이주 개시일 한달 전쯤 확정돼 세입자들에게 통보되는 만큼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주 대상 세입자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전셋집은 이미 씨가 마른 상태라 이주자 대부분은 가계부담이 큰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셋값이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다. 게다가 이주 수요로 강남권 전셋값이 들썩일 경우 전셋값 상승세가 강남 이외 지역과 수도권 일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전세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단지들의 이주시기를 조정해 전셋값 상승세를 완화할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겨울방학 학군 수요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맞물리며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임대주택의 전세 비중을 늘리고 전세를 놓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전세난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