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할인점 E마트가 대대적인 가격파괴에 돌입해 유통업계에 2차 가격인하 전쟁이 예고된다. 이에 따라 다른 유통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이번 가격인하 전쟁의 여파를 주목하며 파장에 긴장하는 상황이다.E마트는 26일 서울 구로와 신월점 동시 오픈에 맞춰 19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5개 점포에서 매출 주도상품 100개 품목을 지금까지의 판매가격보다 10~40% 싸게 판매하는 「대표상품 초특가 기획전」을 연다.
E마트가 이번 초특가에 내놓는 100여 품목은 자사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가전품·가공식품·생활용품 등 60여 품목과 신선식품 40여 품목이다. 특히 이들 품목은 백화점·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시중 가격보다 30~60% 정도 저렴하며 수량에도 제한이 없다.
E마트의 대대적 가격공세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가 지난해 8월 한국마크로를 인수,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크레이지 세일(CRAZY SALE)」을 통해 국내 가격질서를 재편한 후 두번째다. E마트는 그동안 「항상 최저 가격을 유지한다(EVERYDAY LOW PRICE)」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획 초특가 등 세일행사를 하지 않았었다.
월마트·까르푸·삼성테스코 등 외국계 유통업체는 E마트의 공세에 대해 당분간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가격할인 전쟁에 뛰어들 것이 분명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국내진출 이후 1년여 동안 내부 시스템 정비에 주력해 온 월마트는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에 강남점 개점을 시작으로 본격 서울상권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강남점은 월마트 서울 진출 1호점인데다 E마트의 창동점과 오픈 예정인 구로·신월지점과의 상권경쟁이 불가피해 월마트도 E마트의 선제공격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까르푸도 그동안 점포망(현재 10개) 확충에 역량을 집중해왔으나 다음달 서울 면목점과 내년 서울 가양점·문래점·중계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 서울시장에서 E마트에 기세가 꺾이지 않겠다는 자세다.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역시 대구와 부산 2곳에만 점포를 갖고 있지만 내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5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소비자의 구매빈도와 매출비중이 높고 가격에 민감한 200개 품목을 선정해 최저 가격에 판매하는 바스켓 프라이스제를 실시 중이다.
E마트의 이번 공세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이 확실하다. 경쟁업체들이 E마트와 유사한 행사를 기획하면서 납품가격을 E마트와 동일하게 해주도록 요구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구동본 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