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의 거대한 '블루오션'인 남미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방송법 개정으로 디지털 및 HD화가 속속 진행되는데다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이 잇따라 열림에 따라 디지털 셋톱박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업계 1위 휴맥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 2008년부터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 위성방송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여기서 거뒀다. 올해 매출은 2배가 넘는 500억~6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이보다 30~40% 높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위성방송 시장에서만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내년부터 케이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사업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지역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올해 처음으로 남미에 진출한 홈캐스트는 내년 300억~400억원 규모의 제품 수주를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이 회사는 그간 북미 케이블 시장에서 꾸준한 수출 실적을 거둬왔는데, 남미지역의 방송 사업자들이 대부분 북미 사업자인 만큼 기존 미주 지역에서의 거래선을 활용해 남미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브라질 공략을 위해 내년 1분기 현지 판매 지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남미는 방송사업 초창기부터 북미 장비를 가지고 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기기 호환 등에 있어서 북미 진출업체가 활동하기 용이한 지역"이라며 "지난 7월 현지 방송사업자와 1,000만 달러 규모의 HD셋톱박스 초도 물량 공급 계약을 맺은데 이어 판매지사를 통한 영업 강화로 추가 수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아르헨티나로 진출한 뒤 현재 매출의 절반을 남미에서 올리고 있는 아리온테크놀로지도 내년 브라질 공략을 목표로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측은 "현지 방송사업자가 제안한 스펙에 맞춰 제품을 제안하는 단계"라며 "내년부터 실제 매출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소재 남미지사를 통해 활발히 제품을 공급해온 이 회사는 올해 남미에서 지난해의 3배 수준인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업체들이 남미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지 방송환경의 변화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셋톱박스 업체들은 대부분 수출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특히 남미 시장은 최근 디지털화가 활발히 진행되며 이를 뒷받침 할 셋톱박스 수요가 폭증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또한 영상의 HD화도 함께 진행돼 아날로그 보다 고가인 HD셋톱박스를 판매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또한 내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현지인들의 HD TV 구입을 늘려, 후방산업인 셋톱박스의 판매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브라질의 경우 TV시청 가구가 1억대 수준으로 '추정'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라는 사실도 업체들의 현지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미 방송업계의 호황으로 현지 방송사업자들도 열성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만큼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