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유가, 2차 오일쇼크 수준"…속수무책 시인

고유가 이어지는한 물가상승세 지속 불가피<br>고환율은 언급 안해 "유가탓만 하나" 지적도<br>공공료 인상도 줄대기…경제전반 악화 불보듯


정부가 현재의 국제유가 상황을 2차 오일쇼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고삐 풀린 물가의 주요인으로 앞으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물가상승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며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2일 “2차 오일쇼크시의 명목유가를 현재의 물가수준으로 환산한 실질유가는 배럴당 104.1달러(WTI 기준). 최근 유가는 130달러를 넘나들고 있어 이미 오일쇼크 당시를 넘어섰다”면서 “그러나 실질유가에 에너지효율성을 의미하는 원유집적도를 반영해 산출한 실질실효유가는 132.6달러(5월21일 최고치 기준)로 2차 오일쇼크 당시의 150.2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유가ㆍ환율이 원인=정부는 고물가 원인을 분석하면서 높은 환율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사실은 제외시켜 물가상승을 모두 유가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소비자물가 급등의 주범은 무엇보다도 국제유가와 함께 높은 환율 때문이라는 지적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중 국제유가는 전년동월 대비 무려 96%, 원ㆍ달러 환율은 11.6% 상승하는 등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공행진을 거듭한 국제유가로 볼 수 있다. 5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8% 오른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여도가 절반을 넘어 0.47%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풀이됐다. 재정부는 분석자료를 통해 “월별 물가상승률에서 석유제품의 가격 기여도는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가가 잡히지 않는 한 물가상승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고유가가 국내에 보다 큰 충격으로 작용하는 데는 높은 환율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달러화 기준으로 32% 오를 때 원화 기준으로 50%나 올랐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5%벽 돌파도 머지않아=통상 5월은 계절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이 같은 흐름은 깨졌다. 국제유가가 대폭 떨어지지 않는 한 물가의 하락세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소비자물가는 2%대의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전년동월 대비)는 지난해 6월 2.5%, 7월 2.5%, 8월 2.0%, 9월 2.3%를 나타냈다. 비교시점의 물가상승률이 낮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6~9월의 물가상승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무더기로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당장 7월부터 산업용 등의 전기료가 오를 예정이다. 또 6월1일자로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가 리터당 1,000원을 넘어서면서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버스업계는 이미 정부에 두자릿수 요금인상을 요구 중이다. ◇거시경제, 서민생활 타격 불가피=물가가 오르면 가계소득의 실질 구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소비가 둔화되고 국내 투자가 줄어들어 내수 부문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물가는 더 나아가 고용 위축도 낳게 돼 내수에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경제 전반의 악화는 대외수지의 적자폭 확대로까지 이어져 경제성장률은 당초보다 훨씬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은 양극화도 부추긴다. 자산이 없는 근로 생활자는 월급에만 의존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이자 소득, 부동산 소득 등으로 물가가 올라가면 자산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때문에 일반 중산층과 고액 자산가 사이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되면서 서민은 두배, 세배의 충격으로 물가상승 직격탄을 맞는 반면 자산계층은 완충장치가 있어 물가상승에도 큰 타격이 없다. 물가를 잡지 않을 경우 사회 전반의 혼란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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