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실패한 신경제 부작용 크다(사설)

산더미처럼 쌓이는 적자와 부채, 날마다 늘어나는 부도와 명예퇴직으로 기업과 근로자들이 의욕을 잃고 불안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일부 부유층의 흥청망청 과소비,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합집산과 이전투구가 국민들을 낙담케한다.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처방으로 경제불안을 가중시킨 것은 무엇보다 답답한 일이다. 지난 수년간 국책연구소들의 예측은 번번히 크게 빗나갔으며 금리정책과 외환정책은 실기해 국민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 지난번 개각에서 신경제의 주역을 맡았던 통산부장관이 바뀐 것은 신경제의 실패를 시인하는 인사로 간주할 수 있어 주목된다. 신경제는 처음부터 내용이 부실했으며 실천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정책운영으로 기업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제를 방황케해 오늘의 경쟁력약화를 가져왔다. ○신념과 리더십 부재 신경제는 왜 실패했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확고한 신념과 리더십이 없이 방황했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의 개방압력에 무역정책이 흔들렸고 안에서는 재벌다루기에 미숙해 산업정책이 겉돌았다. 금리의 하향안정화는 지지부진이고 외환정책은 실기해 경제불안을 가중시켰다.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정부예산은 크게 팽창됐고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안정을 저해했다. 더욱 나빴던 것은 물가상승 요인을 일반경제에 부담시켜 금융긴축을 초래케 함으로써 기업활동을 어렵게 한 점이다. 실리를 도외시한 안이한 무역및 외환정책으로 무역적자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했다.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는 미국 무역실무자들의 고등전략에 대처할 능력과 경험이 부족해 그들의 압력에 현실적인 대처를 못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력향상을 위해 뛰고 있을 때 우리는 소리만 요란하게 물량위주의 수출공세로 상대를 자극해 경계심만 높이고 압력을 자초했다. 수출상품의 다양화를 이루지 못하고 소수 품목의 수출물량만 확대하다 과잉공급 사태를 맞아 수출이 침체됐다. 금리와 외환정책은 구태의연하고 무사안일한 운영으로 실기를 거듭했다.금리를 낮춰 불황시 경기회복을 도와야함에도 물가에 얽매인 경직적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불안케했다. 이는 핫머니를 유입시켜 원화의 고평가로 무역적자를 더 자극했고 적자가 더욱 커지자 뒤늦게 환률을 급상승시켜 외채부담을 가중시켰다. ○후퇴한 재벌정책 업종전문화를 내세우며 30대재벌의 주력업종을 선정하게 했던 신산업정책은 국제경쟁력을 구실로 한 재벌들의 전략에 밀려 백지화됐고,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고비용구조로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재벌들은 전문 업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업종을 확장, 과잉투자를 일삼아 자원의 낭비와 요소비용의 상승에 따른 고비용구조를 초래했다. 이같은 고비용구조가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부진을 초래했음에도 일부품목의 특수에 눈이 어두워 바로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게 경쟁력 10%높이기 캠페인이 벌어져 비로소 투자를 줄이고 소비를 억제해 불황에 대처하는 경영정책이 확산되고 있으나 업종전문화가 안되면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긴축경영으로 인한 불황과 사회불안만 심화시킬 따름이다. 신경제보다 구경제가 더 좋았다는 얘기가 있다. 경제의 잘못된 첫 단추가 문민정부에서 시작되었느냐 아니면 개발독재에서 출발되었느냐하는 명분론을 따질 겨를이 없다. 다만 신경제는 종전에 외형위주의 고도성장을 자랑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생산성 향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방향이어야 했다. ○혁신과 창의력 절실 세계 각국의 산업과 기업들은 가격파괴 조직파괴 경영파괴 나아가 상식파괴를 추구하며 혁신과 창의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의 기업과 근로자 정부가 해야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외형위주에서 내실로 전환하는데는 구경제도 신경제도 모두 잘못은 있다. 이제라도 힘을 모아 상처입은 날개를 싸매고 다시 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터인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않아 걱정스럽다. 정치인들은 대권경쟁에 휘말려 경제위기는 안중에 없고 정부도 말만 앞세울 뿐 하는 일이 없다. 더이상 경제를 방황하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확실한 정책방향과 책임감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의 자생력을 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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