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낮은 지지도의 과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심리학자인 미국의 대니얼 캐너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심리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얘기다. 하지만 인간사 역시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그 심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대감이고 다른 하나는 불안감이다. 경우에 따라 낙관이나 두려움이라는 말로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비슷하다. 사업이나 재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면 일을 벌이고 투자를 하지만 반대로 불안감이 커지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주식시장의 주가가 단지 탐욕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주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탐욕이 넘치면 주식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오르고 두려움이 크면 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 주가도 떨어진다는 논리다. 지금 주가가 빠지는 것은 후자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거나 두려움이 커지면 평가도 달라진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인간 심리라는 게 그렇다. 새 정부의 지지도가 역대 최저다. 겨우 50% 안팎 수준이다. 아직 공식 출범한 지 보름밖에 안됐지만 대통령을 뽑을 당시에 비해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 대선에서의 압승상황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잘 할 꺼야”라고 애써 말해도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순간 왜 이렇게 변했을까. 우선 시작부터 너무 시끄러웠다. 야당의 강한 반발을 야기한 정부조직개편안에다 장관 인선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불협화음은 실망감을 키웠다. 지난 정권 5년 내내 시끄러운 데 진저리가 난 국민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데 희망을 걸어 이 정권을 선택한 만큼 지난 정권과 달리 차분하게 경제를 챙기기를 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러지를 못했다. 또 다른 실수는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장관인선을 둘러싸고 국민들에게 거부감과 이질감을 준 게 단적인 예지만 정책에서도 그런 상황이 펼쳐졌다. 방향은 맞아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일이 있다.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게 영어 몰입교육이다. 누구나 영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가뜩이나 부담이 큰 사교육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영어 공교육 강화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자식을 외국에 연수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정책은 오히려 교육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닌지 하는 걱정거리만 하나 더 늘렸다. 안 그래도 잔뜩 불안한 게 지금 국민의 심리다. 미국에서 불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주식시장이 뒤흔들리고 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 와중에 물가는 뛰어 가정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근심이 늘어가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지난9일 공동대표단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원래부터 도깨비방망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차분하게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기를 원할 뿐이다. 이 같은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낮은 지지도는 그만큼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정권은 대부분 정권 초기 70~80%의 지지도를 얻었고 노무현 정권도 비슷했다. 그러던 지지도가 시간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면서 국민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힘을 잃었다. 이를 어떻게 높여나갈지 고민하는 것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낮게 시작한 만큼 높이는 것도 그만큼 수월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