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경협력(재계제언­새정부 새정책)

◎대외협상 기업인자문 구해라/실물경제 무시한 독단 실패 거듭/협력=유착 왜곡시각 바꾸기 노력/필요할 때 도움주는 풍토 조성을올해 초 서울에서 한·미통신협상이 열렸다. 상호방문하며 한국의 시장개방 문제를 협의하던 양측 협상팀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미협상팀은 회의 중간중간 자리를 떴지만 한국팀은 자리를 지킨 채 시종일관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했다. 협상에서 막히면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일일이 보고를 하고, 그쪽에서 안된다고 하면 협상의 진행속도에 관계없이 끝까지 우겼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반면 미협상팀은 수시로 회의장을 들락거리며 어딘가 전화를 걸어 우리 쪽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몰아부쳤다. 미협상팀이 연락을 취한 곳은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미국기업인들이었다. 미국측은 자국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현실에 근거한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측을 몰아부쳤던 것이다. 미국 정부관리들이 자국기업인과 얼마나 밀착돼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하기 전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시장개방 협상도 현실을 모르는 우리정부 관리들의 독단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협상에서 발전시장을 개방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도 발전시장만은 독과점 체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부가 개방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발전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기업인들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채 발전산업의 경쟁체제도입이라는 국내시각에서 협상에 나서 결국 우리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뒤늦게 협상의 충격을 간파한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인들이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우리 정부가 기업들의 이익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인 시각에서만 대외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뒷거래에서는 기업인들과 밀착돼 있으면서도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기업을 홀대하고 멀리해 왔다.정작 가까이할 때는 멀리하고 멀리해야할 대목에서는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서는 기업인들과 가까이해야 한다. 손만 벌리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와 새 대통령이 해야할 일은 바로 기업과 정부가 협력할 때 정경유착이라고 보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는 일이다. 대외협상을 벌일 때 미국처럼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자문과 협력을 구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돈없는 깨끗한 선거로 당선된 만큼 더 이상 기업인들에게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 왜곡된 시각도 바꿔야 한다. 통상산업과 관련된 부처의 장관은 기업인을 고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은 통상·무역부의 장관은 기업인출신이 많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중용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산업부의 고위관리를 지내다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한 사람은 『우리나라는 교수출신이나 관료가 장관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박정희대통령시절에 도입된 제도가 21세기를 바라보는 지금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는 것 은 잘못 됐다.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을 대거 중용해 경직된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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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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