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경제여건 달라 회의적 전망 많아

■고베지진 학습효과…엔화 강세 이어질까<br>GDP 200% 달하는 국가 채무에 BOJ 통화팽창 정책땐 약세 불가피<br>정부도 엔高우려로 개입 가능성…국채 매각등 통해 80엔 고수할듯

지난 11일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하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초강세가 연출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고베 지진의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1995년 1,400억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냈던 고베 지진이 발생한 후 3개월 동안 엔화는 20% 절상됐다. 엔ㆍ달러 환율의 사상 최저점인 79.75엔도 1995년 4월에 기록됐다.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국가적 재난까지 닥치면 해당국의 통화는 평가절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베 지진의 경우는 달랐다. 지진에 따른 재산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사 등이 해외자산을 매각, 본국으로 송금을 늘리고 기업이 국내 재건을 위해 해외투자를 자제하는 경향이 나타나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2.98엔에서 81.83엔으로 1.4% 떨어졌다. 엔ㆍ유로도 유로당 114.36엔에서 113.82엔으로 0.5% 하락했다. 제프리영바클레이캐피탈의 FX리서치 헤드는 "엔화 자금의 본국송환에 대한 예상으로 지난 금요일 엔화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또 중동 사태 악화로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베 지진 때처럼 이번에도 엔화 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많다. 무엇보다 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이제 막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1월 공장주문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4.2% 늘어나 5개월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지진은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해당하는 국가채무를 지고 있다. 여기에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중앙은행이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경우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고심해온 일본 정부도 마냥 엔화 강세를 두고 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도쿄에 머무르고 있는 만수르 모하이 우딘 UBS AG의 글로벌 외환전략 헤드는 "일본 정부가 엔화 절상을 우려해 국채 매각을 늘릴 수도 있다"며 "엔화가 달러당 80엔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빈 프렌드 오스트레일리아 은행 외환 전략가도 "일본이 재건자금 조달을 위해 반드시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본 정부 채권 발행을 늘려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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