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히딩크 감독만큼 살맛 나는 사람이 있을까. '히딩크 배우기', '히딩크 따라하기'의 합창이 온 나라에 울려 퍼지고 있다.
5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국 승리를 열호하는 열기 속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이렇게 만인의 사랑과 칭송을 한몸에 받는 이방인이 있었던가. "그가 한국인이라면 대통령으로 추대해야 한다, 한국인으로 귀화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도는 분위기이다.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고 배타주의로 우리들끼리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한국 백성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에게만은 무얼 못해 주어서 안달난 사람들처럼 법석이다.
국내 유수대학에서 명예 체육학 박사, 경영학 박사를 주겠다고 나섰고, 히딩크 동상과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명예시민권.귀화론 얘기에 이어 정부에서 최고훈장을 수여하겠다고 한다.
시중에서도 히딩크 인형, 히딩크 가면, 히딩크 행운의 넥타이 등이 날개 돋힌 듯 팔리고, 그가 애용하는 브랜드와 패션이 유행이다. '히딩크와 붉은 악마'라고 이름 붙인 칵테일, 히딩크 노래까지 등장했다.
그에 관한 책들이 나오고, 신문과 정기간행물의 특집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의 고국 네덜란드를 가보자는 해외여행이 붐이고, 고향마을 파르세페츠에서 그가 자주 다녔다는 그곳의 작은 카페가 자세히 소개될 지경이다. 국내 광고시장에서 슈퍼모델로 뛰어올라 10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소문이다.
어떤 해외언론에서는 '히딩크가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생각과 생활까지도 바꿔놓았다'는 보도를 했다. 사실 이곳 저곳에서 그의 리더십과 용병술을 떠올리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저마다 목청을 높이는 실정이다.
거론되는 포인트는 "어떠한 비판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의 갈길을 묵묵히 지켜온 그의 자세와 한국의 고질병을 과감히 단절시킨 점이다. 그는 학연, 지연, 혈연, 과거의 경력, 인기, 낙하산 영향력을 단호히 물리치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기용했다.
선수들의 표현처럼 지옥에 몇 번씩 가고 오는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켰고, 그 훈련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을 감싸 안았다. 한국인에 애정을 갖고 선수 개개인의 잠재력을 일깨워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얘기도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원칙들이다. 이것을 그는 뚝심 있게 실행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알면서도 못해 온 울분과 한을 그를 빌려 털어놓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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