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이달 8일 열기로 합의한 내용 가운데 하나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밀려 실종됐다가 여당측이 새해 1월8일로 다시 날짜를 잡아 현재 협상중이다. 그러나 원점에서부터 한걸음도 진척되지 못한채 여야간 지루한 입씨름만 되풀이되고 있는 판국이다. 도대체 여야 영수가 국민앞에 합의한 사항하나 지켜지지 못한다면 한국정치의 수준은 알만한 것이다.청문회가 열려야한다는 것은 이미 국민적인 합의(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다. 지금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200만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서민가계는 파탄이 난지 오래고 가정이 파괴되면서 자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전쟁후 최대 국난이라는 이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의 62%가 청문회 개최는 경제회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을 정도다.
책임자를 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왜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는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앞으로 재연될는지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치권은 정쟁을 위한 정쟁은 끝내야 한다. 청문회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도 안되며 될수도 없다. IMF 1년만에 이제 조금씩 회생의 빛이 비치고 있다. 환율도 안정된 상태며,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신인도가 제고 돼 외자유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제회생에 총력을 쏟을때다. 경색된 정국을 푸는 해법은 金 전 대통령이 자진해서 청문회에 출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