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8월 24일] 2009년 8월 23일 그 이후…

2009년 8월23일이 현대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애도와 추모를 뒤로 하고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날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영결식을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가슴속에 현대사의 위대한 한 인물로 남게 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 그는 생전에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그 중 최근 공개된 육성 동영상은 정치가로서 그의 혜안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역사를 보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잡고 국민을 따라간 사람이 패배한 법이 없다"며 "일시적으로 패배하더라도 그 사람이 죽은 후라도 반드시 그 목표가 달성되고 성공을 한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국민, 뒤로는 사리를 챙기는 현 정치세태를 비꼬는 듯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살아남은 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연예인의 죽음은 옛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님의 죽음도 그러하고 특히 친구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만든다. 죽음은 살아남은 자의 다짐과 결심을 만들어낸다. 부모님의 죽음 뒤에는 가족들과 더 화합해야겠다는 결심이 뒤따른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술ㆍ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다짐부터 좀더 인생을 멋지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현대사의 거목이었던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그 어느 죽음에 비할 수 없는 화려한(?) 다짐과 약속이 나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권은 한편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 계승을,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시대의 옥의 티였던 정경유착에 대해서도 반성과 고리를 끊겠다는 메시지도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뒤에 정치권ㆍ정부 등이 내놓은 다짐과 약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주의 및 정경유착 잔재 청산, 소통과 화합의 정치 등 거목의 서거 뒤에 우리가 내놓았던 다짐들이 실행된다면 또 한번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 뻔하다. 정경유착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나 재계는 여전히 청와대와 정부ㆍ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재계의 눈치보기는 더 심해졌다. 지역주의는 여전히 정치권이 자기네들의 몫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카드다. 아쉽게도 살아남은 자의 다짐과 약속은 며칠 뒤면 잊혀진다. 언제 내가 그런 약속을 했냐며 과거로 돌아오기 일쑤다. 23일 영결식 이후에는 제발 다짐과 약속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국민들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 서거와 영결식 과정에서 내놓은 다짐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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