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흐름이 개선되면서 보건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11월 고용 통계가 발표된 지난 11일. 통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유난히 자신감이 배여 있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2,55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8만8,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35만3,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던 취업자 수는 올 8월 43만2,000명에 이어 9월 46만3,000명, 10월 47만6,000명, 11월 58만8,000명 등으로 점점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고용률도 60.4%를 기록하면서 60%대에 안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만 보면 고용시장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우리 고용시장에 과연 봄이 오고 있는 것일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지난달 고용이 늘어난 내막을 보면 50대 이상 연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50대와 60대가 각각 27만3,000명, 23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 인원의 86.4%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도 보건·사회복지서비스(21만8,000명)와 숙박·음식점(13만3,000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7만1,000명)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근로조건 열악한 단기 근로만 증가세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5만7,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고 그나마 30대는 3만6,000명이 되레 줄었다. 결국 정부 주도의 공공행정과 보건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달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평균 근속기간이 3.64년으로 다른 산업평균(5.47년)보다 훨씬 짧고 비정규직 비중도 35.2%로 다른 산업(32.1%)보다 높다. 이들의 한 달 평균 임금도 155만7,000원으로 전체 평균치(157만6,000원)를 밑돌고 있다.
정부의 재정이 지원되는 일자리 사업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월 200시간 기준 임금이 100만원에 불과하고 노인돌봄 서비스는 한 달에 65만원(하루 5시간 기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단시간 근로 위주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용의 질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보다는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을 일터로 복귀시키는 것을 고용률 70% 달성의 관건으로 보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양질의 일자리는 공공 부문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정부가 강제로 한다고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선택제가 됐든 다른 어떤 것이 됐든 기업들이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완화 통해 양질의 일자리 늘려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손톱 밑 가시를 뽑아 준다고는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영리병원 허용과 학교 앞 호텔 건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의료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을 두려워한 정부는 영리병원의 '영'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호텔의 경우도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은 학교 인근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반대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버렸다.
일자리 창출이 아무리 중요한 과제라 하더라도 질 낮은 일자리로 숫자만 채우는 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정말로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려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비즈니스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오철수사회부장 (부국장대우)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