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올해는 꼭 취업하자

산행(山行)은 언제라도 좋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가릴 필요가 없다. 계절마다 나름대로 인생에 유용한 가르침과 즐거움을 준다. 봄과 가을 산행은 환영하지만 여름이나 겨울 산행은 싫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다. 여름과 겨울 산은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다. 여름 산은 ‘인내’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1~2시간가량 땀을 뻘뻘 흘린 끝에 정상에 도착하면 시원한 바람에 몸을 식히며 짜릿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겨울 산행도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산에서 ‘신중’을 배울 수 있다. 아무리 산행 경험이 많아도 방심하면 이내 나자빠지고 만다. 심하면 다리나 팔이 부러진다. 취업재수생들 '삶의 의지' 치열 가을 산행도 즐겁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합주곡을 연주한다. 눈이 시리도록 화려한 단풍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넉넉해진다. 봄은 산행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이따금 황사 때문에 애를 먹지만 약동하는 생명을 느낄 수 있다. 겨우내 말라 비틀어진 가지가 어느새 물기를 머금더니 마침내 풋풋한 싹을 틔워낸다. 삶을 향한 치열한 의지를 배우게 된다. 얼마 전 수원에 있는 광교산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삶을 향한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목격했다. 바로 젊은이들의 모습에서였다. 광교산 형제봉 꼭대기에서는 조촐한 생일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밥그릇만한 작은 케이크 위에 촛불이 타오르자 터져나온 건 생일 축가가 아니라 ‘구호’였다. 3명의 젊은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올해는 꼭 취업하자”고 외쳤다. 처음 봤을 때 그저 대학생이려니 여겼지만 그들은 취업 재수생들이었다. 그들 곁에 앉아 있는 게 괜히 민망해 총총 산을 내려왔다. 민망하다고 여겼던 건 기성세대로서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들의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전반적인 취업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취업을 낙관하진 못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올해도 성장률이 5%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흔히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보다 높은 성장을 이뤄도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성장률이 낮다면 고용전망도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실업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참여정부 출범 후 일자리 관련 예산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도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올리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낳게 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신문이나 우편물 정리에 인력을 투입한다. 해외취업 인턴 지원 사업이 단순한 여행이나 연수로 전락하고 취업이 확정된 인력까지 인턴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한다. 일자리 창출 위한 환경 조성을 사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관한 한 정부는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정부는 ‘효율’보다는 ‘성과’에 매달리는 탓에 장기적인 고용창출 능력을 이어가는 데 한계를 노출한다.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낳을 수는 있어도 기업 등 민간에서 돈을 벌어 세금을 보태주지 않는 한 지속될 수 없는 모델이다. 모 대기업 회장이 “공무원은 돈을 쓰는 데만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까닭일 게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기업이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문제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유통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양재동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게 된 것에 대해 의혹이 쏟아지는 것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R&D 시설은 유통시설에 비해 교통 등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훨씬 적다. 이런 상식밖의 규제를 뿌리뽑지 못하는 한 “올해는 꼭 취업하자”는 외침은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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