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가평 쁘띠프랑스까지 알록달록한 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모터쇼에서나 나올 법한 독특한 컨셉트카들의 줄 이은 행렬에 도로 위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현대차 컨셉트카(2007년 서울모터쇼)를 양산차로 구현한 벨로스터다. 문이 세 개 달린 해치백 쿠페로 출시 전부터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로 그 차다. 시승 구간은 워커힐 호텔에서 쁘띠프랑스를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136km 구간. 워커힐 호텔 주차장에 늘어선 차량들 가운데 마치 BMW 미니처럼 스트라이프 줄무늬로 뽐낸 벨로스터를 골랐다. 앙증맞다. 전면부와 옆라인은 현대차의 패밀리룩 '플루이딕 스컬프쳐(유려한 역동성)'를 살렸다. 차량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은 스포츠카처럼 날렵하다. 뒷모습은 해치백 볼보 C30과 상당히 닮았다. 하나 밖에 없는 뒷좌석 문을 열자 쿠페라서 그런지 뒷좌석 차체 높이가 낮아 보였다. 같은 배기량의 형제 세단 아반떼 MD보다는 2열 공간도 좁았다. 실내는 아기자기했다. 시동버튼 주위에 조명링을 적용해 OFF, ACC, ON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컬러의 조명이 나왔다. 운전석 앞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이 장착돼 있는 센터페시아는 모터바이크의 연료탱크처럼 볼륨감을 극대화한 V 형상으로 강인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 시트는 전후방향 전동이지만 등받이를 수동으로 처리한 게 아쉬웠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았다. 초기 순간 가속력은 조금 둔하지만 소음 스트레스 없이 내달린다. 현대차가 감성품질 제고를 위해 아반떼 MD 이후 출시 차량에 대해 소음ㆍ진동을 낮추는 등 정숙성 강화에 힘을 쏟은 덕이다. 같은 조합인데 아반떼보다는 우둔하게 나간다. 해치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도어 구조의 차이로 차체 보강을 했고 그로 인해 중량이 증가했다. 생김새가 스포티하기 때문에 주행성능도 스포티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주행성능과 외관 사이에 괴리가 있다. 투스카니 후속 모델로 스포츠성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다. 한 마디로 스포츠카와 패밀리카의 중간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날렵함은 떨어지지만 하체는 더욱 단단해졌다. 고속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고 그윽하게 깔리며 안정적이다. 유럽 시장을 염두해 둔 딱딱한 서스펜션으로 노면의 정보가 그대로 읽힌다. 타겟인 젊은 층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아반떼보다는 약간 묵직하다. 정숙성은 훌륭한 편이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아무래도 낮은 차체 때문에 바닥소음이 흘러 들어왔다. 그러나 국내 도로 여건상 시속 150km가 넘게 운전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선 소음을 쉽게 느낄 수 없을 듯 하다. 출시 전부터 국내 최초로 듀얼클러치(DCT)가 장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기대했던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심심한 주행으로 느껴질 법하다. DCT는 수동 방식인 개량 변속기를 사용해 동력 손실이 적으면서도 변속 타이밍도 빨라 스포츠 주행을 극대화시켜 주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DCT 모델이 나올 때까지는 젊은 층의 DCT 튜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나온 국산차의 특성상 편의사양이 넘쳐난다. 7인치 LCD 네비게이션에 에코가이드, 웰컴기능 등 다양한 신기능이 추가된 인텔리전트 DMB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밖에 차체자세제어장치와 샤시통합제어시스템, 6개 에어백도 기본이며 급제동 경보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어린이 시트 앵커 등 웬만한 것들은 다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아반떼 MD와 같은 직렬 4기통 가솔린 GDI로 최고출력 140마력(6,300rpm), 최대토크 17.0kg.m(4,850rpm)을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수동모드가 있는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희소성과 개성을 감안해 올해 1만8,000대만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아반떼 상위 트림과 최상위 트림의 중간으로 유니크가 1,940만원, 익스트림이 2,09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