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원전 반경 20㎞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이후 20만여명의 주민들이 공포와 불안감 속에 안전지대로 탈출하면서 도시가 텅 비었다. 평일 저녁이면 쇼핑객ㆍ관광객들로 흥성거렸던 최대 번화가 고미야마시의 고리야마역(驛)에는 인적이 뚝 끊겼고 수도공급이 중단된 음식점들은 며칠 전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피난준비를 위해 가재도구를 챙기는 사람들만 간간이 목격될 뿐이었다. 후쿠시마 국제공항은 도쿄ㆍ오사카 등 방사능에 노출될 우려가 없는 곳으로 떠나려는 주민 수백명이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며칠째 기약 없는 노숙생활을 하면서 마냥 탑승수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외부 외출을 삼가고 방사능 물질의 체내 유입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모자, 긴소매의 옷을 착용해 피부를 노출하지 않도록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방사능 노출위험이 거의 없는 도쿄 시민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후쿠시마현 대피센터에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경우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여주는 요오드제를 배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로 인근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생성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을 엄습하는 것은 '공포와 불안' 두 단어였다.
아사히신문은 "길거리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자고 일어나는 사람도 많다"며 "주민들은 대피생활의 피로와 원전에 대한 공포로 이미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방사능 유출사고 공포가 커지자 간 나오토(管直人) 일본 총리가 강진 발생 이후 5일 만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진화에 나섰다. 간 총리는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연쇄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인근 30㎞ 내 주민들에게 실내 대기령을 내리는 등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간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방사성 물질의 추가 누출 가능성이 높다"며 "제1원전에서 20~30㎞ 내의 주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자택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대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더 이상 폭발이나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없도록 현재 당국과 도쿄전력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국토교통성도 "상공의 대기에 방사성 물질이 있을 수 있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30㎞ 상공에서의 민간 비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