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 열린경영 '눈에 띄네'

지난 10월 27일 저녁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 통신 SW 벤처기업 로커스(대표 김형순·金亨淳)의 임직원 150여명이 모두 모였다. 중앙 무대에 선 입사 3개월 영업사원의 성토가 매섭다. 공격 대상은 金사장과 개발팀 임원.『1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냈는데 개발팀은 바쁘다고만 합니다. 개발할 틈이 없다는 뜻이죠. 영업을 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개발인력이 부족하면 사람을 더 뽑든지,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시간여 뒤. 회사에 대한 성토 시간이 끝나고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 이 때부터 일반 기업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장님, 여기 물 좀 주세요.』 맨 구석자리 테이블에 있던 한 여사원이 金사장을 향해 손을 든다. 그러자 앞치마를 두른 金사장이 쟁반에 물컵을 바쳐들고 뛰다시피 물을 나른다. 그러기를 한 시간여. 金사장의 이마에 흥건히 땀방울이 맺힌다. 팀장 이상 간부사원들도 땀에 흠뻑 젖는다. 로커스는 한 달에 한 번 이같은 사내행사 「아크로폴리스」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회사에 쌓인 불만과 각종 문제점이 공개적으로 제기된다. 모든 직원에게 열린 언로(言路)를 제공해야만 주인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金사장은 이 제도를 실시키로 흔쾌히 결단을 내렸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사장 이하 간부 사원에겐 반론권이 없다. 제기된 불만과 문제는 일단 수용된다. 또 타당성이 있을 경우 회사 경영에 반영된다. 그 모든 결과는 다음달 아크로폴리스에서 공표된다. 아크로폴리스에서는 특히 사장과 팀장급 이상 간부 사원이 「웨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덩치 큰 재벌기업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로커스의 기업 문화는 오너와 임원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 견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게 많다. 로커스는 또 「로마의 휴일」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 실적이 우수한 사원을 선발, 장기간의 외국 여행을 보내주는 것. 당연히 유급이고, 항공료는 물론 외국 체제비까지 모든 경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이같은 「민주경영」의 결과는 대성공이다. 金사장이 90년 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친구 4명과 함께 설립한 로커스는 99년 직원 150명에 매출액 660억원(예상치), 기업가치 2,600억원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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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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